충청권 복지부·지자체 지정기관 전무, 보호기관 협력병원도 10곳 불과
피해아동 의료지원 병원비 감면 그쳐 전문 간병인 등 실질적 혜택 부족
조사→수사→분리→치료·보호→사후관리 등 원스톱 시스템 구축 목소리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보호가 최우선인 학대피해 아동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전담의료기관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으로 학대피해 아동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내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은 전무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아동복지법 상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에서 학대피해 아동 전담의료기관을 지정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실제 지정된 경우는 거의 없어 학대피해 아동보호는 오롯이 민간단체에 맡겨져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대전·세종·충남지역 내 복지부와 지자체가 지정한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은 0곳이다. 아동복지법 제29조 7항에 명시돼 있는 관련 조항이 강제성을 띠지 않는 탓에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이 설치된 지역은 전국에서 경북 포항과 전북 임실 단 2곳에 그치고 있다.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이 없는 충청권의 경우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지역 병원들과 MOU를 체결하고 있으며 현재 △대전 4곳 △세종 2곳 △충남 4곳만이 협력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대다수 아동보호전문기관마다 MOU의 주요 내용인 치료비 정도만 지원받고 있을 뿐 ‘안전한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학대피해 아동들의 튼튼한 울타리 구축엔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실제 이들은 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정의 병원비용(입원비) 정도만 감면받고 있을 뿐, 전문 간병인 지원, 학대피해 아동들이 바로 입실 가능한 병실지원 등 전담의료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의료혜택을 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간병인을 비롯 1인실 지원, 24시간 입원 체계 등 학대피해 아동을 전담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요구되지만, 일선 병원과의 MOU 체결은 소정의 의료지원 항목을 제외하고는 법적 근거가 없어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역 A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대다수의 아동들은 병원비보다 상처를 어루만져 줄 간병인이 더 시급하다”며 “대상이 아동(학대피해)이라서 부담을 느끼는 간병인이 많을 뿐더라 지원항목에서 제외돼 있어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이 간병을 맡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일각에서는 학대 발견부터 조사→수사→분리→치료·보호→사후관리까지 전반적인 과정이 공백 없이 이뤄지는 ‘아동학대 원스톱’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아동·청소년 복지시설 관계자는 “대전은 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아동학대 예방 실무협의체를 선제적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학대 이후 보호 조치는 아직 미흡하다”면서 “지역에서 매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늘고 있는 만큼 학대피해 아동들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한 전담의료기관을 지정해야 할 때”고 말했다.

한편 지난 18일에는 국회에서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 지정을 의무화하는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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