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건만남’ 등 성매매가 랜덤·오픈채팅 등 온라인상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지난해 n번방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성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여러 제도 정비가 진행됐지만 여전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매수 시도가 활개를 치면서 무방비 상태에 노출된 실정이다.

24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사업자가 운영하는 랜덤채팅 앱 277개 가운데 89개가 실명·성인 인증과 대화 저장, 신고 기능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해외에서 운영 중인 앱을 포함하면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여가부는 랜덤채팅 앱을 만 18세 이상만 사용 가능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고 성인 인증 등을 필수 조건으로 조정한 뒤 점검을 지속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만 12~16세 이상이 사용 가능한 일부 앱들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 데다가 만 18세 이상으로 제한된 앱 역시 성인 인증만 받으면 미성년자도 이용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같은 앱 내에선 미성년자로 정보를 기입할 경우 청소년에게 호감을 얻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그루밍’ 행위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랜덤채팅 A앱의 경우 간단한 성인 인증 절차를 거친 뒤 나이와 성별을 14~17세 여성으로 설정하자 불과 1시간만에 20여명으로부터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 가운데 5명은 당일 만남을 비롯해 20~40만원의 금전을 빌미로 성관계를 요구했고 실제 만남을 위해 경기도나 부산 등 타지에서 대전을 방문하기도 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또 오픈채팅을 제공하는 B앱에선 대전지역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고액의 현금과 숙식 제공을 미끼로 조건만남이나 유흥업소 일을 유도하는 채팅방들도 포착됐다. 이러한 채팅앱 내 범행은 익명을 보장하거나 일대일 방식으로 진행돼 관련 규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법과 질서가 닿지 않는 불가침 영역에 가까운 모습이다. 여가부 성매매피해상담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충청권에서 성매매 피해를 호소한 아동·청소년은 최소 50명 이상(대전 제외), 상담건수는 2100건 이상으로 전년보다 10여명, 500여건씩 늘었다.

대전지역 상담소는 관련 통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가출 청소년이 주로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전국에서 상담과 피해 아동·청소년이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이를 고려하면 2019년은 최소 60명, 지난해는 70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호소한 아동·청소년으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경찰 측이 파악한 수치는 피해 호소 사례 보다 더 적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충청권 아동·청소년 성매매 발생건수는 17건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검거 사례는 14건, 검거 인원은 35명에 그친다. 경찰청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가 온라인상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마땅히 손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며 관련 입법 등을 통해 위장수사 등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관련 상담단체 관계자는 “법이나 제도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범죄행위는 앞서가고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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