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대전 ‘노잼도시 탈출’ 프로젝트] 2편-대전 붕어빵 지도

“누구나 가슴 속 3000원을 품고 다녀야 할 계절이 돌아왔다.”

살을 에는 추위, 뜨거운 김을 모락모락 피워 내는 서민들의 대표 겨울 간식 ‘붕어빵’이 인기다.과거 그 흔하던 붕어빵 점포들을 최근에는 쉽게 찾아 볼 수 없게 되자 일명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날 정도다. 역세권, 학세권 등의 신조어를 본떠 만든 붕세권은 ‘붕어빵을 파는 가게 인근에 자리 잡은 주거지역 또는 권역’을 뜻한다. 본인의 집이 붕세권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도 나왔다. 스마트폰 GPS 기능을 활용해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붕어빵 점포의 위치와 후기(별점)을 확인할 수 있다. 충청투데이 ‘대전 노잼도시 탈출’ 프로젝트팀이 붕어빵 마니아들을 위한 ‘대전 붕어빵 지도’를 직접 그려봤다.

<대전 대덕구 대왕붕어빵>

이것은 반칙인가, 혁신인가. 아니 월척이다.

대전에 씨알 굵은 대왕 붕어빵을 파는 곳이 있다. 전국 최초고, 유일무이하다. 무려 길이는 62㎝, 무게 2kg, 일반 붕어빵 30마리, 성인 8명 분량. 대왕붕어빵을 굽는 황금어장식품은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붕어빵 납품업체로 길거리 노점과 점포 창업을 연계 하고 있다. 직접 제작한 대형 빵틀은 그 무게나 크기가 가히 압도적이다.

예열시간만 20분, 도합 1시간가량이 소요되는 대왕붕어빵은 일반적인 기술로는 제대로 구워내기 힘들다. 빵틀 상판과 하판의 온도가 150도로 달궈지면 화학제품이 무 첨가된 반죽을 붓는다. 그리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앙금이 팥, 슈크림, 피자, 초코 순으로 넉넉히 채워진다. 그 위로 아몬드가루를 뿌려준 뒤 한 번 더 반죽을 덮고 상판 빵틀을 닫는다. 온도 유지를 위해 빵틀을 최소 10번 이상 열었다 닫아야 하는데, 크기가 워낙 크다 보니 도르래를 이용해 틀을 들어 올린다. 창립 10주년을 기념으로 만들게 됐다는 대형붕어빵은 예약이 필수다.

가격은 1마리당 2만5000원인데 일반 붕어빵 30마리로 계산하면 1마리당 약 800원꼴이다.
황금어장식품 한종현 팀장은 “대왕붕어빵이 대전에만 있다 보니 현재 전국에서 예약을 받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대전 분들은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낚시에서 월척의 기준이 62cm라고 한다. 손님들께 월척의 기쁨을 안겨드리는 의미를 지녔으며 이벤트성으로 예약 손님들에 한해 굽고 있는데 특히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붕어빵계의 마이더스다운 자신감을 내비쳤다.

맛 ★★★

가격 ★★

창의성 ★★★★★

접근성 ★

 

<1000원에 6개? 가성비 끝판왕>

월급 빼고 다 오르는 더러운 세상. 가성비 끝판왕인 붕어빵 점포가 서민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있다. 대전역 1호선 3번 출구 인근에 1000원에 무려 붕어빵 6마리를 ‘퍼’ 주는 착한 붕어빵집이 있다.

대전역 1호선 3번 출구 인근에 가성비를 자랑하는 1000원 6마리 붕어빵 점포집. 이경찬 기자
대전역 1호선 3번 출구 인근에 가성비를 자랑하는 1000원 6마리 붕어빵 점포집. 이경찬 기자

일반적인 노점들이 1000원에 3마리를 준다면 이곳은 두 배(운 좋으면 서비스 한 마리 더!)다. 1마리당 166원꼴로 주머니 사정 여의치 않은 학생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간식이 있을까.

저렴하다고 해서 크기나 맛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대전역 바로 인근이라 접근성도 매우 높아 올 겨울 대전을 방문한 외지인들도 대전의 넉넉한 인심을 쉽게 느낄 수 있다. 20년 전부터 매년 겨울 같은 자리에서 붕어빵 노점을 운영하고 계신 사장님은 왜 가격을 올리거나, 마리 수를 줄이지 않았냐는 질문에 시크하게 답했다.

그저 “손님들 많이 드시라고.” 
초등학생 시절 이곳에서 붕어빵을 사먹었던 기억이 있다는 정모(27) 씨는 “그 때 그 시절 가격으로 아직도 팔고 계신다니 놀랍고 감동”이라며 “내 월급 빼고 오르지 않는 유일한 곳이 있다면 바로 이 붕어빵 집일 것”이라고 웃으며 소회를 전했다. 오늘도 사장님의 욕심 없고 따뜻한 마음이 붕어빵 틀에서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다.

맛 ★★

가격 ★★★★★

창의성 ★

접근성 ★★★★★

 

<붕어가 피자 먹었네>

대전의 원도심, 중앙로역을 찾았다. 이번에도 접근성은 최고다. 중앙로역 8번 출구 바로 앞에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이색 붕어빵을 파는 곳이 있다. 바로 ‘피자 붕어빵’  원조 붕어빵 하면 생각나는 팥은 물론 조금 더 진일보 된 슈크림 앙금에서도 탈피했다. 이곳 붕어빵은 색깔부터 다르다. 보통 황금색 혹은 짙은 갈색을 띠는 일반 붕어빵과 달리 볼터치를 한 듯 불그스레한 점이 특징이다. 바로 피자 앙금 때문이다.

토마토 소스와 콘 옥수수, 큼직하게 다져넣은 소세지 그리고 화룡정점 피자치즈. 맛이 없으면 이상할 이 조합은 붕어빵의 대 변신을 적극 찬성하게 만든다. 가격은 2개에 천원, 5개의 2000원. 1개에 400~500원가량이니 일반 붕어빵보다는 살짝 비싸지만 맛은 본전생각 안날만큼 훌륭하다. 지하철 출구 인근 카페 앞에 자리 잡은 이 피자붕어빵 점포는 20대 사장님이 운영 중이다.

최한별(24) 씨의 본업은 카페인데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으며 매출이 안 나오자 붕어빵 전선에도 직접 뛰어든 것. 올 겨울 보릿고개를 넘기 위한 자구책이었지만 젊은 사장님답게 SNS로 이벤트도 진행하고, 메뉴개발도 하며 붕어빵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아직 초보 사장이라고 자평하는 그는 살짝 실수했거나 모양이 덜 나온 붕어빵의 경우 따로 빼 무료로 시식할 수 있도록 빵틀 옆에 놓아뒀다. 원두 내리다 이제는 빵틀 돌리는 이 20대 사장님의 붕어빵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은 코로나19도 막지 못할 것.

맛 ★★★★★

가격 ★★★

창의성 ★★★

접근성 ★★★★★

 

<한입 ‘쏙’ 미니붕어빵>

머리부터 먹을까? 꼬리부터 먹을까? 이 붕어빵은 그런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한입에 ‘쏙’ 넣으면 될 만큼 작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빙수의 대표 업체인 설빙에서 겨울 사이드 메뉴로 ‘미니붕어빵’을 개발했다. 작고 귀여운 이 붕어빵의 크기는 6㎝다. 일반 붕어빵이 12㎝인 것을 감안하면 1/2사이즈.

설빙 '한입 쏙 미니붕어빵' 왼쪽부터 자색고구마, 초코, 치즈 순

맛도 다양하다. 팥, 치즈, 슈크림, 초코, 자색 고구마 총 4가지 종류다. 크기가 작아서인지 식어도 바삭바삭했고, 모양 역시 올망졸망한 새끼붕어 그대로를 유지했다. 앙금도 다양하고 꽉 차있어 취향대로 골라먹을 수 있다. 다만 가격이 살짝 부담스럽다. 5개에 2200원으로 개당 440원인 셈인데 미니미한 크기를 생각하면 비싸다고 느껴질 지도. 설빙은 대전지역 총 6곳에 분포해 있다. 추운 겨울 ‘얼어 죽어도 빙수’를 먹는 얼죽빙족들은 귀여운 미니붕어빵을 곁들여 먹어보면 어떨까.

맛 ★★★★

가격 ★

창의성 ★★★★

접근성 ★★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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