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리첸시아 ‘깜깜이 심사’ 논란
市 “국토부 시행령 따라 내용 미공개”
입주자 선정 뒤 공개… ‘사후약방문’
특화설계비 떠넘기기부터 잡음 계속
市가 건설사 편의봐줬단 지적도 나와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세종시 6-3생활권 주상복합의 분양가 심사가 ‘깜깜이 심사’로 진행 돼 고분양가 논란에 이은 ‘밀실행정’의 질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7월 분양가 심사위원회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관련 주택법을 정비했다. 핵심 내용은 분양가 심사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위원 명단 및 안건 심의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관련 지침은 입주자 선정 이후 회의록 열람이라는 허점을 보이고 있다. 세종시도 정부의 규정에 따라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

세종시는 분양가 심사위원회 명단은 공개했지만 안건 심의 회의록은 비공개 하고 있어 수요층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국토부 시행령 69조를 보면 분양가 안건 심의 회의록의 경우 입주자를 선정한 날 이후에 공개 요청이 있는 경우 열람방법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됐다”며 “일반인들에게 회의록 자료를 사전에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는 청약일정이 완료된 이후 입주자로 선정된 본인이 관계기관을 직접 찾아 회의록 열람하는 방식이다. 회의록 공개란 외형과 달리 ‘사후약방문’에 그친 한계가 분명하다.

세종시는 국토부의 방침을 준수한다는 입장이지만, 청약 이전 분양가의 적정성을 살펴보려는 시민들 입장에선 여전히 깜깜이 심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구조로 받아들여진다.

세종시 6-3생활권 H2·H3블록 ‘리첸시아 파밀리에’
세종시 6-3생활권 H2·H3블록 ‘리첸시아 파밀리에’

특히 세종시는 분양가심사위원회에 참석한 위원들에게 ‘심사 내용 비공개’의 서약을 받고 있다. 철저한 비공개 방침에 둘러싼 밀실행정으로 분양가격을 책정하는 체계로 비춰진다.

세종시는 지난 20일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통해 6-3생활권 리첸시아 파밀리에의 분양가 심사 결과 분양가격 상한금액이 H2블록은 1281만 원, H3블록은 1309만 원으로 결정됐다고 알렸다.

분양가격이 높게 책정된 배경에 대해선 “6-3생활권 상업지역의 높은 택지가격과 기본형건축비의 상승치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짧막한 답변에 그쳤다.

택지가격 상승과 기본형건축비 인상은 전국 공동주택 개발지에 적용되는 공통적 요인이다.

세종시 공동주택 시장의 평균 분양가격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3㎡당 1000만~1100만 원선을 유지하다, 이번 ‘리첸시아 파밀리에’를 통해 1300만 원대로 급등했다.

택지가·건축비 인상의 요인만으로 세종시 역대 최고 분양가격인 1300만 원대를 받아들이라는 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설계공모를 통한 특화설계비 분양가격 책정 여부를 비롯해 분양가 상승을 이끈 주요 요건이 공개되지 않을 경우, 고분양가 논란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깜깜이 심사’로 촉발된 이번 세종시의 고분양가 책정은 서민 주거안정이 아닌 건설사의 편의를 봐주는 밀실행정의 결과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호 컨소시엄이 당초 제시한 분양가격이 1300만~1400만 원 선으로 알고 있다”면서 “세종시 분양가심사위원회에서 건설업체가 제시한 금액을 소폭 줄이긴 했지만, 실수요자들이 체감하기엔 여전히 높은 금액으로 적정 분양가를 도출하기 위한 세종시의 적극적인 노력이 비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종=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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