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종 충남도교육청 행정국장

무궁화는 우리 민족의 애환 속에서도 사랑을 받아온 꽃으로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일찍이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무궁화가 많은 곳이란 뜻으로 근화향(무궁화의 고장)이라 불렀으며, 중국 고서인 산해경에는 ‘군자국(우리나라)에는 무궁화가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진다’라는 기록도 있다. 무궁화는 국기를 게양하는 깃대의 깃봉이나 나라 문장과 정부의 상장 등에 장식 문양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조선 말 개화기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란 노랫말이 애국가에 포함된 이후 무궁화는 자연스럽게 나라꽃으로 자리 잡았다. 일제강점기에는 무궁화가 나라꽃을 상징한다고해 많은 지역에서 캐내어 버려지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1960~70년대의 초등학교 음악 시간에는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피었네 피었네 우리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이란 동요를 자주 부르곤 했었다. 나라꽃 무궁화를 예찬한 동요로 후렴구에 힘을 더 주어 씩씩하게 불렀던 생각이 아련하다. 무궁화는 꽃 피는 시기가 7∼10월로, 그 기간이 길어서 학교, 울타리 옆, 시골길, 도로변, 공원에 널리 심어왔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 인가 외래수종으로 대체되어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충남교육청은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임시 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부터 학교를 중심으로 식민통치 36년간의 일제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여러 일을 전개하고 있다. 내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려 보면, 학교 정원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일본산 향나무(일명 가이즈카 향나무)가 생각난다. 이 향나무가 어떤 의미로 심겨 있는지, 어느 나라 나무인지도 모르는 채 여러 사람들이 다듬고 가꾸었던 기억이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목’으로 정해 졸업앨범 사진으로 넣기도 했다.

현재 충남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육공동체의 중지를 모아 학교의 교가, 교훈, 학교생활 규정을 바꾸고, 일본인 교장 사진을 치우는 일을 하고 있다. 또 학교 정원에 심어놓은 일본산 향나무(가이즈카)를 뽑아내는 일도 하고 있다. 그 자리에 우리 민족의 혼과 얼이 담겨있는 나라꽃 무궁화를 심어 아이들에게 질곡의 역사를 일깨워 주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또 2017년부터 나라 사랑 운동의 하나로 3년 동안 무궁화 6만여 주를 초·중·고등학교에 보급해 학교마다 자그마한 무궁화 꽃동산을 조성하고 있다.

관공서나 사회단체에서도 사무실 주변이나 가로수변 화단에 1년생 화초를 매년 심어 가꾸고 있다. 화초를 심는 일부 공간에 무궁화를 심어 보자. 백일 동안 3천여 송이가 피고 진다는 ‘일편단심’ 무궁화 꽃을 보며 자연스레 나라꽃 무궁화를 인식하고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충남교육청 정원에도 100여 주의 무궁화를 가꿔, 지역 내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궁화는 향기로운 꽃내음도, 화려한 아름다움도 가지지 않았지만, 우리 민족의 품성을 닮아 강인하면서도 은근하고 소박해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가는 아름다운 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태극기는 대한민국 국기로서 인식의 제고 및 존엄성의 수호를 통한 애국정신을 고양하고자 2007년 ‘대한민국국기법’이 제정됐으나, 나라꽃 무궁화와 관련한 법률안은 아직 국회에 상정돼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하루 빨리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조속히 정하여 가꾸고 보급해 길이 보전되길 기대한다. 충절의 얼이 깃든, 우리 충남에서부터 나라꽃 무궁화 사랑이 널리 퍼지고, 민족의 혼과 얼이 살아 숨 쉬는 무궁화를 보면서,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우리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일에 앞장서 나가길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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