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교육정책연구소장

'155분 대 83분…집값 차이가 초등생 학습시간 격차로.' 며칠 전 눈에 띈 기사 제목이다. 기사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등교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배경이 취약한 학생일수록 학습 시간이 더 많이 줄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기사는 '코로나19 이후 거주환경의 차이가 초등학생의 학습, 게임, 놀이 시간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라는 논문을 바탕으로 했다. 논문에 따르면 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의 학생일수록 원격수업에 할애하는 시간, 전반적인 학습시간이 길고, 반면 게임 등 놀이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았다.

논문은 지난해 7~8월 경기도 부천시의 초등학교 3곳 3~6학년 학생 446명을 대상으로 신도시 아파트 단지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ㄱ초교, 30년 된 아파트 단지 학생들이 많은 ㄴ초교, 30년 이상 된 단독주택과 빌라 학생들이 다니는 ㄷ초교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원격학습 시간이 각각 하루 평균 155분, 127분, 83분으로 현격히 차이가 났다. 논문에서는 "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 학생일수록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필요한 온라인 수업에 더 집중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풀이했다.

전반적인 학습시간도 ㄱ초교는 절반이 넘는 학생이 학습시간이 늘었다고 응답했지만, ㄷ초교는 무려 72.9%의 학생들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반면 하루 동안 게임에 쓰는 평균시간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주택 가격이 어떻게 해서 학생의 학습시간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 학생들이 주택 가격을 보고 학습시간을 늘이거나 줄이기라도 했단 말인가? 사실은 주택가격으로 대표되는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주된 원인일 것이다.

대체로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 등 가정의 비용 투자가 높고 학습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며 학업성취의 중요성을 더 많이 훈육한다고 한다. 그런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갖추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어쨌든 원격학습 상황에서 학생간의 학습시간 격차는 고스란히 학력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 학력격차의 문제는 지금도 심각한 상태다. 성적 상위권은 원격학습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중위권은 성적이 크게 하향됐다. 자기주도학습력 때문에 학력격차가 발생했다는 분석도 많다.

자기주도학습력을 단기간에 길러줄 수 있을까? 그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학력격차가 향후 학생들의 학업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시급히 대책을 수립해야 할 까닭이다.

정부는 대책으로 콘텐츠 제공형이나 과제제시형보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확대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실시간 수업이 그나마 학생의 수업태도, 학습방법 등을 관찰하고 피드백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긴 하다.

그러나 원격학습에서 실시간 수업이 만능은 아니라고 본다. 나름 소견으로는 학습관리 개념을 분명히 적용하고 실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의 학습동기, 학습시간, 학습분량, 학습계획 실천, 학습내용 이해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보충지도를 실시하는 등 체계적인 학습관리 강화가 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학습습관 형성이 되어 있지 않고 학습동기와 학습실행력이 부족한 중하위권 학생들은 교사와 학부모가 체계적, 지속적으로 학습관리를 해줘야 한다. 물론 스스로 자신의 학습을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학습관리를 위한 교사용, 학부모용, 학생용 매뉴얼, 최소한 체크 리스트라도 만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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