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부국장

지역건설업체의 고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4~5년 전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업체 대표가 지역내 아파트공사에 입찰 기회 조차 얻지 못했다고 토로하는 것을 들었다. 지역 내에서 명망 있고, 대기업과의 거래실적도 풍부한 기업이었다. 가격이나 기술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취재에 나서 보니 지역건설업체들의 주장은 한결 같았다. 타 지역의 공사를 입찰로 따내면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그 지역의 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줄 것을 직·간접적으로 강요한다고 한다. 반면 충북 혹은 청주에서는 오히려 외지 업체가 더 많은 공사를 해 안방을 내준 꼴이라고 했다.

두 번 기사를 썼다. 지역건설업계에서는 우선 청주시의 관리부서 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과 관련이 없는 부서가 지역건설업 활성화 지원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민간건설공사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관리부서 변경이 필요하다는 기사를 쓸 때마다 공감이 간다는 반응을 많이 들었다. 조직 및 인사에 영향력을 미치는 고위공무원들도 관리부서 변경 필요성을 인정하고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런데 바뀌는 것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청주시 내부의 복잡한 사정이 얽힌 문제였다. 현재 업무를 맡은 부서는 업무 이관에 따라 조직이 변경될 수 있다. 다른 부서들은 새로운 업무를 떠맡는 것이 부담스럽다. 변화를 싫어하는 전형적인 관료조직의 시스템대로 흘러갔다.

최근 대한전문건설협회 충북도회가 청주시에 관리부서 변경을 공식 요청했다.

청주시도 테마회의를 열고 이를 논의키로 했다. 다행인 점은 한범덕 시장이 ‘지역건설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점이다.

청주시 내부에서는 담당부서 지정을 놓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질 것이다. 쉽게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이다. 공직사회의 특성상 되는 이유를 10개 들 수 있다면 안 되는 이유는 100개도 넘게 제시할 수 있다. 그게 시장의 지시라도 말이다.

청주시 내부적으로 관리부서 변경에 따른 문제가 있겠지만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지원조례’를 제정한 이유는 지역건설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청주시의 어떤 내부 문제도 조례 제정의 이유를 넘어설 순 없다.

엇박자의 원인 중 하나는 물리적 거리일 수 있다. 통합 청주시 출범 후 여기저기 흩어진 청사가 청주시 공무원들의 소통을 막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보다 근본적 원인은 부서별 이기주의에 있다. 특히 관료제 하에서 조직의 메커니즘은 때론 조직 설립의 목표보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흐르곤 한다.

시민들은 쥐를 잡는 고양이가 검든, 희든 상관이 없다. 쥐를 잘 잡는 고양이를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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