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영향 파지값 대폭 하락
수거과정서 감염 문제 우려도
의료 등 지원법안 발의됐지만
20대 국회 문턱 못넘고 폐기

12일 대전 서구 갈마동에서 만난 이모(80·여) 씨가 리어카에 실린 폐지 등을 끈으로 고정하고 있다. 조선교 기자
12일 대전 서구 갈마동에서 만난 이모(80·여) 씨가 리어카에 실린 폐지 등을 끈으로 고정하고 있다. 조선교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재난지원금? 작년에 다른 사람들 다 줄 때 한 번 받았지. 그리곤 폐지 줍는 사람들한텐 아무 것도 없었어. 마스크라도 주면 좋겠는데.”

12일 대전 서구 갈마동에서 만난 이모(80·여) 씨는 도로변에 널린 박스를 리어카에 실으며 흘러내리는 마스크를 수시로 고쳐 썼다.

군데군데 까맣게 때가 탄 마스크를 두고 그는 “며칠 씩 쓰긴 하는데 물에 빨아서도 쓴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소 날이 풀린 상태였지만 여전히 찬 바람이 옷깃 속까지 스며들었고 이 씨는 “최근에 눈까지 내려 며칠 동안 일을 못했다”며 “이정도 날씨엔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음식물이 그대로 담긴 플라스틱 용기부터 먹다 남은 음료수 캔 등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각종 쓰레기와 잔해를 치우면서 박스를 찾아냈다.

그는 다소 거동이 불편해보였지만 장정 턱 끝 높이까지 차오른 리어카를 끌고 눈길을 피해 도로를 가로질렀다.

10여분 뒤 도착한 고물상에선 리어카 째 무게를 달았고 그 무게는 200여㎏에 달했다. 그러나 이 씨가 수중에 거머쥔 돈은 몇 천원에 불과했다.

1㎏당 50원. 리어카 무게까지 더해도 만원 안팎이다. 앞서. 2~3일간 골목을 샅샅이 훑으며 박스를 모은데 비해 초라한 결과였다.

인근 편의점에선 일반 일회용 마스크 5개 묶음을 4500원에 팔고 있었다. 또 같은 골목에 있던 식당의 국밥은 7000원.

이날 번 돈으로 생활비를 일부 충당한다는 이 씨는 “17년을 했는데 이젠 돈이 안 된다”며 “다른 마땅한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 씨와 같이 재활용품 수거를 업으로 삼은 노인은 대전 서구에만 110여명(지난해 7월 기준)에 달하며 전국적으로는 6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사태 속에서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데다가 파지 등 재활용품의 가격도 급감해 생활고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앞서 2018년 중국이 파지 수입을 금지하면서 파지 가격은 한 차례 파동이 일었고 이어 코로나로 해외 수거공장의 수입도 잠정 중단되면서 큰 하락세를 맞았다.

또 국내에서도 경기 악화로 재활용품 납품센터 등의 처리가 불가능해져 원자재가 넘쳐났고, 당초 100원대였던 파지 가격은 40~50원으로 반토막이 난 채 머물러 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 20대 국회에선 이같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수거보상금·의료 등을 지원하는 법안(이명수 의원)이 발의되기도 했다. 환경보호와 자원재활용에도 기여한다는 점을 공적으로 인정하자는 취지였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됐다.

경제적 측면 뿐만 아니라 재활용품 수거 과정에서의 코로나 전염 우려도 문제로 남는다.

지난해 초 연구 결과(홍콩대)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이나 휴지에선 3시간, 마스크와 플라스틱 소재에선 7일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이 씨는 “먹고 살려면 안 위험하고 안 힘든 일이 어딨겠냐”라며 “이렇게라도 벌어야 산다”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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