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영향 파지값 대폭 하락
수거과정서 감염 문제 우려도
의료 등 지원법안 발의됐지만
20대 국회 문턱 못넘고 폐기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재난지원금? 작년에 다른 사람들 다 줄 때 한 번 받았지. 그리곤 폐지 줍는 사람들한텐 아무 것도 없었어. 마스크라도 주면 좋겠는데.”
12일 대전 서구 갈마동에서 만난 이모(80·여) 씨는 도로변에 널린 박스를 리어카에 실으며 흘러내리는 마스크를 수시로 고쳐 썼다.
군데군데 까맣게 때가 탄 마스크를 두고 그는 “며칠 씩 쓰긴 하는데 물에 빨아서도 쓴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소 날이 풀린 상태였지만 여전히 찬 바람이 옷깃 속까지 스며들었고 이 씨는 “최근에 눈까지 내려 며칠 동안 일을 못했다”며 “이정도 날씨엔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음식물이 그대로 담긴 플라스틱 용기부터 먹다 남은 음료수 캔 등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각종 쓰레기와 잔해를 치우면서 박스를 찾아냈다.
그는 다소 거동이 불편해보였지만 장정 턱 끝 높이까지 차오른 리어카를 끌고 눈길을 피해 도로를 가로질렀다.
10여분 뒤 도착한 고물상에선 리어카 째 무게를 달았고 그 무게는 200여㎏에 달했다. 그러나 이 씨가 수중에 거머쥔 돈은 몇 천원에 불과했다.
1㎏당 50원. 리어카 무게까지 더해도 만원 안팎이다. 앞서. 2~3일간 골목을 샅샅이 훑으며 박스를 모은데 비해 초라한 결과였다.
인근 편의점에선 일반 일회용 마스크 5개 묶음을 4500원에 팔고 있었다. 또 같은 골목에 있던 식당의 국밥은 7000원.
이날 번 돈으로 생활비를 일부 충당한다는 이 씨는 “17년을 했는데 이젠 돈이 안 된다”며 “다른 마땅한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 씨와 같이 재활용품 수거를 업으로 삼은 노인은 대전 서구에만 110여명(지난해 7월 기준)에 달하며 전국적으로는 6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사태 속에서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데다가 파지 등 재활용품의 가격도 급감해 생활고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앞서 2018년 중국이 파지 수입을 금지하면서 파지 가격은 한 차례 파동이 일었고 이어 코로나로 해외 수거공장의 수입도 잠정 중단되면서 큰 하락세를 맞았다.
또 국내에서도 경기 악화로 재활용품 납품센터 등의 처리가 불가능해져 원자재가 넘쳐났고, 당초 100원대였던 파지 가격은 40~50원으로 반토막이 난 채 머물러 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 20대 국회에선 이같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수거보상금·의료 등을 지원하는 법안(이명수 의원)이 발의되기도 했다. 환경보호와 자원재활용에도 기여한다는 점을 공적으로 인정하자는 취지였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됐다.
경제적 측면 뿐만 아니라 재활용품 수거 과정에서의 코로나 전염 우려도 문제로 남는다.
지난해 초 연구 결과(홍콩대)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이나 휴지에선 3시간, 마스크와 플라스틱 소재에선 7일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이 씨는 “먹고 살려면 안 위험하고 안 힘든 일이 어딨겠냐”라며 “이렇게라도 벌어야 산다”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