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1부 경제팀 권혁조 기자

“피라미드, 유사수신 이딴 소리 다 잊어버려요. 은행 인수로 당당하고 안전하게 돈을 벌 수 있습니다”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을 모티브로 2016년 개봉한 영화 '마스터'에서 진 회장(이병헌 분)이 투자 유치를 위해 대중들을 현혹시키며 한 말이다.

그러나 이런 영화에서나 볼법한 일들이 지금도 전국 각지, 내 주변에서도 자행되고 있다.

대전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한 업체는 단기 회사채에 투자해 고객에게는 월 2%의 수익금, 투자 유치자에게는 모집수당 2%를 준다.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하기 싫으면 이 회사에 들어가 내 돈을 넣어도 매달 4%, 일 년이면 48%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현재 법정 최고 금리(24%)로 대출을 받아 돈을 넣어도 24%의 차익실현이 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인지 2018년 직원 대여섯 명으로 시작했던 이 업체는 전국 각지에 본부를 두고 있다. 또 고급 수입차(리스)와 명품으로 치장한 수 백명의 직원들이 경영컨설팅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 곳이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 또는 사기업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투자금은 생각 못하고 매달 들어오는 2~4% 수익금에 혹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런 업체처럼 구체적인 수익모델 없이 사업 가능성만 강조하며 고수익, 원금보장을 약속하는 경우 유사수신을 의심해야 한다.

유사수신이란 은행, 증권사처럼 합법적인 금융기관이 아닌 곳에서 원금 보장과 이자 지급을 약속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들은 초기에는 높은 이자, 모집수당을 지급하다가 신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급을 미루고 갑자기 잠적하는 폰지사기(돌려막기)를 주 범행방법으로 사용한다.

실제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유사수신 신고·상담은 555건(10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6% 급증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사수신은 업체가 잠적하기 전까지는 피해 입증이 어렵고, 영업행위는 일대일, 소규모 점조직 형태로 이뤄지다보니 경찰이나 금감원에서도 실태파악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들은 대개 피해사실을 외부에 노출하기 꺼려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에 일부가 수사기관에 접수돼도 전체적인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아 벌금형이나 불기소처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이러한 점까지 악용하며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고급 수입차와 명품으로 휘감고 다니는 것이다.

금융범죄는 특성상 내가 피해자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사실상 원금 회수는 불가능하다. 상식을 벗어난다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의심하고, 예방만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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