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미 대전시 청년가족국장

2010년 발표됐던 단편소설 ‘1인용 식탁’이 지난해 여름 연극 무대 위로 옮겨졌을 때 원작과 무대 사이 10년이라는 시대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연극에서는 ‘관계’에 무게를 실었다. 소설이 나온 10년 전만 해도 혼밥(혼자서 밥을 먹음)이 낯설고 그 자체만으로 신선한 소재였지만 이제는 트렌드가 돼버렸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펴낸 ‘2020 한국 1인 가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98만 7000가구(전체의 29.8%)였던 우리나라 1인 가구가 올해 기준 617만 가구(30.3%)로 사상 첫 600만 가구를 돌파했다. 두 집 건너 한 집에 육박하는 수치다. 1인 가구 수 급증의 원인 중 하나는 비혼율 증가다. 기존에 부모로부터 독립한 1인 가구 청년세대가 혼인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이, 새로 부모로부터 독립한 청년세대가 여기에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폭넓게 청년이라고 일컫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독립적이며 효율적인 업무처리 방식을 주장한다. 이는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 대부분 경제적으로 힘든 나이기에 더치페이는 기본이며 추가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여럿이 아닌 혼자 식사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청년 1인 가구 시대에 혼자의 삶은 대부분 개인이 아닌 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했고 문화가 됐다.

대전시가 얼마 전 문을 연 대전청년하우스는 이러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했다. 226개의 방과 11개의 공유공간, 사생활을 보장한 독립된 방과 여럿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조화를 이룬 코리빙(co-living) 형태다. ‘따로, 또 함께 사는 집’이다. 전통적인 공유 주거 모델인 하숙이나 최근 몇 년 새 주목받은 셰어하우스보다 한 단계 높은 개인공간을 보장받고, 취미활동이나 편의시설 공간만 공유한다.

대전시는 또 청년의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해 청년 1인 가구 프로그램 사업을 지원한다. 올해 주민참여예산으로 선정된 이 사업은 지역 특성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발굴해 제안한 자치구를 선정하여 새로운 세대에 맞는 1인 가구 공동체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홀로 살아가되 완전한 고립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혼자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혼자하고 무엇을 같이 해야 하는가. 공동체 속에서 또 다른 혼자와 함께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때론 그동안의 익숙함 때문에 불편함이 엄습하기도 하고 불협화음이 날 수도 있다. 모두 공존을 위한 과정이라고 여겨보자. 우리는 외로운 혼자가 아니다. 여럿이 살고 있는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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