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된 기념으로 친구들과 한잔”
둔산동 번화가 주점 저녁 5시부터 북적
만 19세 청년 손엔 숙취해소제...
유명 주점 ‘만석’ 거리두기 실종
9시경엔 버스타려는 취객 쏟아져

9일 오후 7시경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주점 내부 모습.  사진=조선교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이제 막 술집에 갈 수 있게 돼서 친구들이랑 기념삼아 한 잔하러 왔어요. 걱정은 좀 되지만 인생에 한 번 밖에 없는 때니까….”

9일 오후 5시30분경 대전 서구 둔산동의 번화가에서 만난 A(19) 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동기 3명과 함께 편의점에 들러 숙취해소제까지 챙겨마시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아직 고교 졸업식도 치르지 않은 이들은 ‘부모님이나 주변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없었냐’는 질문에 “몰래 나왔다”, “별다른 얘긴 없었다” 등의 답변을 내놨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기록적인 한파까지 맞물렸지만 이제 갓 성년이 된 청년들의 음주 행렬을 막진 못했다. 이날 찾은 둔산동 번화가에선 오후 5시30분경부터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고 오후 7시경에는 일부 유명주점 5~6곳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한 광경이 연출됐다.

온라인상에서도 인기를 끈 한 주점은 만석을 기록한 뒤 입장 행렬이 이어졌으며 일부 가게 내부에선 두 걸음도 채 되지 않는 테이블 간격을 두고 인원이 밀집되기도 했다.

이같은 주점들이 위치한 골목이나 주점 앞에선 흡연자들이 대거 모여 침을 뱉는 모습도 숱하게 포착됐다.

오후 9시경에는 2단계 방역 수칙에 따라 마감을 앞두게 되자 최소 200명 이상의 취객들이 골목으로 쏟아지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 9일 오후 9시경 대전 서구 둔산동 번화가 일대 모습. 거리두기 2단계 방역 수칙에 따라 주점들이 문을 닫자 인파가 대거 밀집됐다. 사진=조선교 기자
▲ 9일 오후 9시경 대전 서구 둔산동 번화가 일대 모습. 거리두기 2단계 방역 수칙에 따라 주점들이 문을 닫자 인파가 대거 밀집됐다. 사진=조선교 기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인사불성인 상태로 거리에 주저 앉거나 부축을 받으며 귀가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인근 대로변에선 택시나 버스를 타기 위한 행렬로 장사진이 펼쳐졌다.

인근의 한 카페 종업원은 “대체로 1월 1일부터 술을 먹게 된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며 “새해엔 으레 있는 일이겠지만 코로나 사태에도 변함 없이 붐빌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지인과 번화가를 찾은 B(19) 씨는 “대학교에 가면 친구들도 자주 못볼테고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며 “수칙을 잘 지키면 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오후 9시를 기점으로 취객들이 대거 골목에 집중되면서 폭행 등 사건도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이날 오후에도 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한 현장이 고스란히 게재됐으며, 지난 1일을 기점으로 인근 카페 창문이 파손된 현장이나 ‘02년생 싸움났다’ 등 게시물이 잇따랐다. 이러한 행태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당일만해도 오후 6시경 대전에서 4명의 추가 확진자를 알리는 재난문자가 발송되는 등 사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SNS에서 주점 마감시간을 묻거나 갈만한 곳을 찾는 글이 게재되자 누리꾼들은 ‘성인돼서 좋은 건 알겠지만 그냥 집에 있어라, 앞으로 술 먹을 일 많다’, ‘이 시국엔 마스크면 다 되는 게 아니라 안 나가는 게 맞다’ 등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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