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종시가 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공동으로 펴낸 '세종시 장애인 학대 현황 보고서'는 장애인 학대예방을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보고서에는 기관이 출범한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접수된 관내 장애인 학대 건수를 비롯해 가해자의 유형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이 기간 중 기관에 접수된 관내 장애인 학대 건수는 143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를 당하고도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실제 학대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애인 학대 행위자로 가족·친인척과 같이 근거리에 있는 이들이 지목된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누구보다 장애인을 잘 돌봐주어야 할 이들이 오히려 학대 가해자라는 점에서다. 학대 행위자 중 가족·친인척이 62건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지인이 33건으로 조사됐다. 가해자의 66.4%(95건)가 장애인과 지근거리에 있는 이들임을 알 수 있다. 가족 중 부모에 의한 학대가 22건이나 돼 충격을 주고 있다. 가장 믿고 의지해야할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셈이다.

지적장애인의 피해가 전체 피해자 중 64.6%를 차지할 만큼 유독 눈에 띄는 데는 이유가 있을 터다. 학대를 해도 신고를 하지 못할 것으로 여겼을지 모른다. 성적학대(17.6%)도 심각하다. 빗뚫어진 성의식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약자의 처지를 악용해 성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자체가 경악스럽다. 피해예방을 위한 인식개선 교육 강화가 긴요하다. 주변의 장애인이 행여 학대를 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사회문제로 부상한 '정인이 사건'도 어찌 보면 관심부재에서 벌어졌다. 16개월 영아인 정인이가 입양 뒤 양부모의 학대로 비극적 죽음을 맞이해 공분이 일고 있다.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 세 차례나 학대 의심신고가 있었지만 걸러내지 못했다. 장애인 학대는 상당부분 가정에서 일어난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공간에 있는 것이다. 피해자가 제2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피해 장애인 분리보호에 만전을 기해야하는 까닭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