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술 대전시의원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

신축년(辛丑年) 새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 매일같이 떠오르는 태양 앞에 달력 한 장 넘겼다고 크게 달라질리야 없겠으나 새해는 늘 새 마음, 새 다짐으로 맞게 된다.

새해 첫 달 1월을 영어로 재뉴어리(January)라고 하는데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유래했다. 야누스는 대개 두 얼굴이라는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지만 원래는 고대 로마의 아주 중요한 신(神)이다. 뒤통수의 얼굴은 과거를, 정면의 얼굴은 미래를 응시하는데, 이 두 얼굴은 지난 역사를 통찰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뜻한다. 그래서 로마인들은 새해로 들어가는 시간의 문(門)이라는 뜻에서 1월을 야누스의 달이라고 했고 새해 첫날, 야누스에게 정성껏 제물을 바쳤다고 한다.

야누스가 가지는 과거의 얼굴, 즉 지난해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평소 알던 세상은 사라지고, 미처 준비할 기회도 없이 불안하고 낯선 미지의 세상으로 거칠게 내몰렸다.

200년 동안 수억 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연두 바이러스가 아스카 문명을 사라지게 했고, 홍역과 흑사병까지 인류는 말 그대로 전염병과 사투의 역사 속에서 21세기에 또 한 번의 전염병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문제는 2002년 사스와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의 대유행, 그리고 지난해 코로나19까지 발병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계화, 도시화 및 기후변화와 일치하며 더 빈번한 전염병 패턴, 즉 코로나 팬데믹 같은 글로벌 전염병이 과거보다 더 정규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것은 물론 사회의 물리적 연결성이 강화됨에 따라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 폭풍은 지나갈 것이지만 우리가 내린 선택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 삶을 변화시킬 것이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류 문명은 엄청난 지각변동과 함께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렇다면 2021년 소의 해,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나? 소는 12 간지 동물 중에서도 가장 온순하고 참을성이 많은 데다 성실한 동물이자, 뼈는 석기와 청동기시대에 점을 치는 도구였다. 현재 백신이 유일한 희망처럼 보이지만 백신(Vaccination)은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카(Vacca)에서 기인한 것으로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최초 개발했다.

그러나 백신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먼저 변화하는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흡수하고 중요한 기능을 회복해 연결하는 역량이라는 '회복탄력성'이다. 미국 통계에 의하면 1차 창업에 도전해 90%가 실패하고 10%만이 성공하는데, 2차 창업을 하면 90%가 성공하고 10%가 실패한다고 한다. 1차 창업에 실패한 사람의 80%는 다시는 창업하지 않는 반면, 성공한 20% 사람들은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지만, 실패의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성공을 위한 여러 가지 성찰을 이뤄낸, 즉 회복탄력성이 큰 부류라고 한다. 누구든지 체계적인 훈련이 뒷받침된다면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정조대왕의 겸손 리더십'이다. 우리 역사상 최고의 개혁군주이자 세종대왕 이후 가장 위대한 임금이라는 정조. 그는 즉위부터 하루 두 끼 식사만 했고, 떨어진 버선을 꿰매 신을 만큼 일반 사대부보다 검소하게 생활했다. 나라 재정을 아끼기 위해 궁내의 내시와 궁녀를 절반 가까이 줄였으며, 한양 일대의 군대를 통폐합, 군비도 크게 축소시켰다. 50발을 쏘면 49발을 명중시킬 만큼 신궁이기도 했다. 그런데 마지막 한 발은 과녁을 향하지 않고 허공에 날렸는데 스스로 겸손하기 위해 마지막 한 발을 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정조대왕은 소통을 중시했고, 국왕으로서 사적(私的)인 이익을 철저히 배제했으며, 누구보다 따스하면서도 측근들의 잘못은 추상같이 다스리는 위엄을 보여 주었다.(리더라면 정조처럼/김준혁 저)

식물에게 없는 뇌가 인간을 포함한 동물에게 있는 것은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란다. 위기란, 기존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어 모든 조직이 위험해지는 것이다.

작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는 '회복탄력성'을 키우고, 우리 사회 전체는 '정조의 겸손 리더십'을 되새긴다면 진 켄 워드의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처럼 용기 있게 진정한 목적의식으로 앞을 향하고, 이웃의 짐을 나누어 들고 함께 길을 찾는 희망의 새해가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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