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 탓에 문화예술 시장 위축
진정성 필요 분야… 온라인만이 대안 아냐
대전, 디지털미술관 아닌 미술관 건립 시급
예술인 대우해야 선진국…고용보험법 다행
예비작가 환경 조성 등 보장된 정책 필요

▲ 사진=정재훈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2021년 신축년이 밝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온도시에 문화예술의 향취가 사라졌고 관객을 잃은 예술인들은 긴 터널을 지났다. 그러나 어둠과 빛은 늘 공존하듯, 어려움 속에서도 본분을 잃지 않으려는 지역 예술인들의 열정만은 꺼질 줄 몰랐다. 결핍의 시대를 지나고 있지만 시민들에게 문화예술로써 희망을 되찾아 주겠다는 포부가 흘러넘친다. 2021년에도 지역 예술인들은 끈질기게 노력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소처럼 우직하게 나아갈 것이다. 미술인이자 최일선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행동하는 예술인’ 이영우 배재대 문화예술대학장을 만나 새로운 지역 문화예술의 길을 물었다.

대담=김대환 대전본사 편집국 취재1부 부국장

-코로나19로 유례없는 1년을 보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가 짧은 기간 아시아와 유럽으로 확산되고 미주로까지 번지자 결국 팬데믹 선언에 이르기까지 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코로나는 위세를 떨치고 있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감기처럼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한 해가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났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 속에 2021년을 맞이하게 된다는 점이 우려가 크다. 미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어려움을 느낀 적이 없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적응을 하고 어려움을 이겨내기에 희망을 가져보고 이 또한 지나감을 믿는다. 일선에서 책임감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

-새로운 해, 문화예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지.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니 문화예술의 향기는 사치처럼 생각하고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예술을 찾는다는 선입견이 있는 게 사실이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내성이 강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잘 견뎌내는 사람들이다 보니 흔들림은 잘 없지만 문화예술 시장이 위축되면서 그에 따른 갈증이 많아지고 있다. 미술작품 관람의 경우 그림과 사람은 비대면이 가능한 만큼 코로나로 자칫 우울해지기 쉬운 마음을 일부러라도 예술작품과 대면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분명 예술의 위안을 느끼게 될 것이다. 2020년을 어떻게 지냈는지 현장의 목소리도 들어보면서 새로운 해 2021년을 맞이하면 좋겠다.”

-온라인 공연·전시 지원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당연히 문화예술분야는 오프라인 문화행사여야 하고 그럴 수 있도록 준비해 가야 한다. 다른 분야와 달리 온라인만이 대안은 아니다. 문화예술은 경제보다 위에 있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술작품은 감탄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감탄에 이어 감동으로 이어지는 분야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유래 없는 경험을 하고 있기에 온라인 플랫폼의 화려한 등장도 받아들이면서 대안을 연구해 가야 할 것이다. 두 다리가 아닌 마우스로 가상의 전시장과 작품 매매 마켓을 거닐고 미술 담론 형성의 장인 세미나는 온라인 콘퍼런스 홀에 책상과 의자를 마련했다. 문화예술은 진정성을 가지고 진짜여야 하기에 온라인만이 대안이 되면 안 된다.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문화예술이 주는 감동의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도심 속 빌딩에 미술관이 생기는 이유기도 하다.”

-대전시의 ‘디지털미술관’ 유치에 조언을 한다면.

“대전은 문화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대전은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현대미술관이 없다. 예술인들이 전시할만한 변변한 미술관도 없으면서 디지털 미술관을 최초로 유치한다고 해서 반길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볼 때 미술관을 건립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래야만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병행되면서 문화예술인들이 살 길이다. 문화예술분야가 행정 쪽으로만 흘러서는 안 된다.”

-예술인 복지정책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는 어떤가.

“예술인이 대우받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이 아니겠는가? 고독한 길을 스스로 자청해서 묵묵하게 걸어가고 있는 예술인들이다. 예술인 고용보험법도 공표되고 지난 12월 10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됐다. 예술인들도 고용 보험에 가입하고 실업급여와 출산급여 수급요건을 충족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참으로 다행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조금 더 보장된 예술인의 정책으로 이어나가 창조하는 예술인들이 문화의 고리를 이어가고 사회적으로도 대우받는 예술인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예술인들은 자신의 영혼이 들어간 작품세계로 보답할 것이다.”

-젊은 작가들의 창작 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코로나로 예비 작가들의 산실인 대학도 어려움이 많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거치면서 전공실도 여닫음을 반복했고 그림을 하는 학생들은 전시 관람도 중요한데 굵직한 비엔날레나 아트페어 같은 미술행사들이 취소되고 비평 활동도 중지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미술시장은 위축됐고 미술계도 팬데믹 여파에 휘말렸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예술전공 학생들은 본연의 모습으로 사람들과의 대면이 아닌 그림 작품과 대면하고 빈 캔버스에 창작열을 더 보이고 있다. 그만큼 예술의 갈증이 코로나여도 감정이 있고 살이 있는 한 계속되는 것이 예술이 아니겠는가? 바이러스 침공이 타격을 준다 해도 예비 작가들의 창작열까지는 막을 수 없기에 일선에 있는 나도 다른 때 보다 긴장하고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실기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청춘을 버티게 해주는 것이 신념이고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계속 힘써 가야겠다.”

-2021년은 소띠 해다. 마지막으로 덕담 한 마디 부탁드린다.

“소띠이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닮아서 그런지 나는 부지런하고 많은 일을 하는 편이다. 행동이 빨라 소처럼 우직한 면은 없지만 소가 좋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아낌없이 주고 가는 동물이 아닌가. 소띠 해인만큼 소가 주는 믿음직한 성실성으로 새해도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때일수록 문화예술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어주고 하모니를 선사했다. 힘들고 지쳤을 때 미술관을 찾고 그림과 대면해 보자. 분명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림 작품은 내게 말을 걸지 않기 때문이다.”

정리=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 이영우 배재대 문화예술대학장 악력
-개인전 37회(서울, 대전, 뉴욕, 동경, 러시아, 중국, 독일 등)
-국제아트페어 53회(프랑스, 상하이, 북경, 싱가폴, 캐나다, 일본 등)
-국내아트페어 60회(서울코엑스, 예술의 전당, 세텍, 대구 등)
-단체전 및 초대전 참여
-러시아 이르쿠츠쿠 국립미술대학 초빙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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