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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환공은 자신을 도와 춘추시대 첫 패자로 만든 명재상 관중(管仲)이 병들어 눕자 그의 집으로 찾아갔다.

관중이 회복할 가망이 없어 보이자 제환공이 그에게 물었다.

“중보의 후임 재상으로 누구를 기용하면 좋을지 적임자를 추천해 주시오.”

그 말을 듣고 관중이 대답했다.

“신은 이미 병들었으니 제에게 물어볼 필요는 없을 것 같사옵니다. 예로부터 신하를 아는 데는 임금보다 더한 사람이 없고, 부모만큼 자식을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지자막여부:知子莫如父) 전하께서 마음속에 두고 계시는 사람으로 결정하십시오.”

그러자 제환공이 포숙아(飽叔牙)는 어떠냐고 물었다.

“포숙아는 사람됨이 지나치게 곧고 고집이 세며 너무 과격합니다. 나라의 정사를 맡아 보는 사람이 너무 강하면 백성들에게 포악해질 우려가 있고, 고집이 세면 민심을 얻을 수가 없으며, 과격하면 아랫사람이 가까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패왕의 보좌역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수조(竪?)는 어떻겠소?”

“수조는 스스로 거세하고 내시가 된 자입니다. 자신의 몸조차 아끼지 않는 사람이 어찌 그의 왕을 사랑하겠습니까?”

“그러면 개방(開方)과 역아(易牙)는 어떻겠소?”

“개방은 왕을 섬긴다는 이유로 15년이나 부모를 찾아가지 않은 자입니다. 자신의 부모도 섬기지 않는 사람이 어찌 왕을 제대로 섬기겠습니까? 또 역아는 자신의 아들을 삶아서 임금께 바친 신하입니다. 이런 자들에게 어찌 국정을 믿고 맡기겠습니까? 절대로 가까이하지 마십시오. 신이 생각하기에는 대부(大夫) 습붕(濕朋)이 적임자로 보입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서 관중이 세상을 떠났으나 환공은 습붕을 등용하지 않고 관중이 그토록 반대한 내시 출신인 수조를 재상으로 임명했다.

재상에 오른 수조는 개방, 역아 등과 공모해 늙은 제환공을 골방에 가둬 굶어 죽게 했다.

제환공의 자식들은 후계 문제로 다투느라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석 달이나 시신을 버려뒀다.

제환공의 시신은 썩어서 구더기가 침전 밖으로 기어 나올 정도였다.

제환공은 관중과 같은 불세출(不世出)의 인물을 알아보고 재상으로 등용해 천하를 호령하는 패자(覇者)가 되었는가 하면 그의 충간(忠諫)을 듣지 않고 음흉한 인간을 재상으로 임명하는 바람에 참혹한 말로(末路)를 맞았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했듯이 2021년 신축년 지자막여부(知子莫如父)의 뜻을 되새겨 바른 인재를 등용 국가의 백년대계의 굳건함을 다지도록 하는 데 필요한 송구영신(送舊迎新)에 필요한 고사성어다.

<국전서예초대작가및전각심사위원장·청곡서실 운영·前 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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