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대전시 공공교통정책과장

세상의 많은 말 중에는 우리가 삶의 지침으로 삼아 되새겨봐야 할 좋은 말들이 넘쳐 난다. 그중에서 오늘 필자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우리의 삶은 많고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와 그 상황의 연속선상으로 이루어진다. 좋은 관계가 대부분이겠지만 불미스런 상황에서 때로는 조언자로 때로는 당사자 입장에서 얘기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한번 입장 바꿔 생각해봐. 너라면 어떻게 했겠어?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네가 내 입장이라면 내 맘을 알 수 있을 거야, 정말 서운하다” 등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는 역지사지 말이다.

우리는 실생활에서 교통사고 유발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보행자로서 교통약자의 위치에 서기도 한다. 역지사지를 교통분야에서 언급하는 것은 필자가 공공교통정책과장으로 부임해 추진하고 있는 안전속도 5030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안전속도 5030’ 이미 아시는 분도 있겠고 처음 들어보는 분도 계실 듯하다. 이것은 도로의 제한속도를 하향하는 정책으로써 도심의 주요도로는 50㎞/h로, 주택가와 스쿨존 등 이면도로는 30㎞/h로 줄이는 정책이다.

이 교통정책은 그동안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춘 차량소통 중심의 교통정책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보행자 안전을 위한 교통환경 조성을 위해 도입됐다.

위와 같은 취지로 지난해 4월 17일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었고 내년 4월 17일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대전시는 대전지방경찰청과 공조해 대전 도심 전체의 노면표시와 교통안전표지 정비를 완료했다.

이 정책은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부산에서 처음 도입됐고 지금은 서울에서도 실시하고 있다. 우리 대전은 지난해 11월부터 한밭대로(갑천대교4가~한밭대교4가,3.6㎞), 대덕대로(대덕대교4가~큰마을4가,2.5㎞), 대둔산로(산성4가~안영교,2.2㎞) 등 3개 구간에서 시범운영 중이며, 현재 이 구간에서는 과속단속도 실시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보행사고 위험이 높은 시내도로에서 자동차 속도를 60㎞/h에서 50㎞/h로 줄이면 사고시 보행자 중상 가능성은 약 20%p(92.6%→72.7%) 줄어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출근시간대 대전시청에서 신탄진역까지 최고속도를 기존 60㎞/h에서 50㎞/h로 낮춰 주행해본 결과, 2분 30초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대전의 보행중 사망자는 40명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73명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제한속도를 낮추면 교통체증만 발생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제한속도를 10㎞/h 줄인다고 해도 소요시간 증가는 불과 5분도 안된다고 한다. 이는 교통사고에 따른 사회적 손실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편 제한속도 하향정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도 권고하는 정책으로 유럽 등 47개국에서는 50㎞/h로 하향한 결과, 교통사망자가 최대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을 하다보면 앞 차량과 접촉사고가 날 뻔한 경우라든지 교차로 모퉁이, 골목길 등에서 보행자와 충돌할 뻔한 상황 등 가슴을 쓸어내렸던 경험을 다들 갖고 있을 것이다.

차량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이고 돌발상황에 대처가 쉬워져 사고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나에겐 일어나지 않겠지’하는 착각 속에 살고 있지만 ‘나 자신, 내 가족, 내 동료, 내 이웃’이 사고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운전자인 나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된다는 점에서 역지사지의 자세가 중요하다. 운전자와 보행자 서로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안전속도 5030'실천에 우리 모두 동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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