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이주노동자 21명 감염사실 추가로 확인
“바이러스 매개체” 온라인서 혐오여론
충청권 불법체류자 3만명 추정… 당국 “비난행위, 검사 위축시켜”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불체자(불법체류 외국인) 전수검사 할 게 아니라 일괄 추방시키는 게 우선이지, 뭘 치료를 해주나”

국내 이주노동자와 불법체류자 가운데 코로나19(이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자 온라인상에서 이들에 대한 혐오 여론이 들끓고 있다.

방역 등 관련 전문가들은 이같은 행태나 인식에 대해 대체로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방역에 방해가 된다는 점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지만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27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 23일 충남 천안에서 태국 국적의 이주노동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이날 오후 12시까지 외국인 21명의 감염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후 온라인상에선 “결국엔 불법체류자들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였다”, “또 불체자 무료검사를 해주는 거냐”, “외국인을 더이상 받지말라” 등 누리꾼들의 혐오성 비난이 잇따랐다. 당국은 이러한 여론이 불법체류자들의 검사를 위축시켜 또다른 지역감염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앞서 당국은 지난 2월부터 국내 불법체류자들이 코로나 의심 증상에 따라 검사를 받더라도 출입국외국인사무소 등 법무부에 통보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결정은 불법체류자가 감염됐을 시 검사를 회피해 결국엔 감염경로를 추적할 수 없는 ‘깜깜이’ 감염이 유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내려졌다.

지역 내 불법체류자의 비율을 바탕으로 봤을 때 당연한 조치였다는 게 관련 전문가와 실무진들의 설명이다.

각 지자체에선 충청권 내 불법체류자를 2~3만명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충남은 올해 1만 6000~2만명, 충북은 지난해 6월말 기준 1만여명으로 추정한 바 있으며 대부분 젊은층이 도심으로 떠나 일손이 부족해진 농촌에서 노동자로 자리잡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비교적 도심권에 속한 대전에서도 2010년대에 들어서 1000명 이상으로 집계했으며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기준 39만여명이 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은 이처럼 상당한 규모로 추정된 불법체류자들이 검사를 회피하지 않도록 대대적인 홍보를 벌이고 있지만 이를 비난하는 행동들도 매번 반복되고 있다.

방역을 위한 안내를 일부 여론이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충남 청양 김치공장 집단감염 사태에서도 네팔 국적 이주노동자가 확진 판정을 받자 근거 없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해당 노동자는 당시 최초 확진일 뿐 최초 유입경로가 아닌 데다가 체류자격이 있었고 확진 전 동선도 출퇴근 등에 그쳤지만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한 방역 관계자는 “온라인 뿐만 아니라 실제로 불법체류자나 이주노동자에 대한 비난을 내뱉는 경우도 있다”며 “국내에 있는 한 확산 차단을 위해선 함께 관리하는 게 불가피한데 어찌보면 상당히 무책임한 발언들”이라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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