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브라질 리우 삼바, 영국 에든버러 등 세계적인 축제의 기원을 살펴보면 경축행사나 놀이와는 거리가 멀다.

리우 카니발은 포르투갈 전통 봄축제를 의미하는 ‘엔트루두’에서 출발했다.

초기 축제기간에는 빈부격차에 불만을 품은 아프리카 노예와 빈민층이 오물투척과 폭동을 일삼아 부자들은 바깥출입을 삼갔다.

화려함의 대명사인 에든버러 축제도 2차 세계대전으로 상처받은 국민들을 치유하기 위해 1947년 시작됐다.

스페인 토마토 축제인 ‘라 토마티나’는 1944년 토마토 가격 폭락에 분노한 농민들이 토마토를 집어던진 데서 출발했다.

리우 카니발이 세계 3대 축제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류층을 겨냥한 폭동을 강제진압하고 폐지시키기보다 정부가 적극 나서 삼바리듬을 특화하고 체계화된 축제 시스템을 도입해 계승발전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지구촌의 대다수 축제는 코로나 때문에 열리지 못했다.

유성구도 마찬가지다.

매년 5월 열던 유성을 대표하는 온천문화제를 결국 취소했다.

지난해 가을 70만 명이 다녀가는 등 10년 째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유성국화전시회도 같은 위기에 몰렸다.

지역 화훼농가의 한숨소리와 코로나에 지친 심신을 잠시나마 국향으로 달래보려던 시민들의 글썽한 표정이 눈에 아른거렸다.

고민 끝에 ‘취소만이 능사는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담당 공무원, 지역 인사들과 숙의한 끝에 묘안을 찾았다.

우선 유림공원 등 특정 지역에 집중했던 국화를 40여개소에 나눠 배치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집 근처 공원이나 교통섬·다리 등에서 한적하게 국화를 감상하면 코로나 감염 걱정도 줄어들 터였다.

대신 먹거리 부스 운영 등 부대행사는 과감히 폐지했다.

규모가 축소된 국화전시회의 허전함을 버스킹 공연으로 메워 관람객의 흥을 자극했다.

공연장에 방역인력을 배치해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사람 사이의 간격을 2m로 띄웠음은 당연하다.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국화전시회 SNS인증샷 이벤트, 전용 홈페이지 개설 등 ‘온택트’로 국화를 감상하도록 사진자료와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지난달 8일 국화전시회가 끝난 이후 유성국화전시회발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다.

올해 국화전시회는 분산개최와 버스킹 공연, 온택트의 조합이라는 코로나 시대의 맟춤형 행사기법을 시도한 해로 길이 남을 것이다.

12월초 열린 국화전시회 성과분석 보고회에선 올해 경험을 살려 내년 전시회도 ‘집중과 분산’ 컨셉트로 기획하려는 열띤 논의가 펼쳐졌다.

유림공원 등 오픈된 공간에는 국화를 올해보다 집중 전시해 화려함과 볼륨감을 주고 몇몇 요지에도 추가로 국화다발을 한아름 펼쳐놓아 3주 동안 유성을 국향이 그득한 도시로 바꿔볼 계획이다.

당연히 더 많은 꽃과 행정력이 투입돼야 할 것이다.

주민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꽃향기에 안식과 힐링을 얻는다면 그 정도 땀과 수고는 오히려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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