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올해가 얼마 안 남았다. 돌이켜보니 추억이랄 게 거의 없다. 코로나가 다 가져갔다. 1년은 그저 긴 어두운 터널 속을 걸은 것 같다. 그리고 아직도 통과하지 못했다. 끝날 거란 희망은 절망이 됐다. 끝나나 싶으면 다시 시작이다. 끝은 기약이 없다. 몇 번의 희망고문 끝에 다들 '비관주의자'가 됐다.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대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따르면 올해 총 6349건(21일 기준)의 상담이 이뤄졌다. 지난해보다 57% 늘어난 수치다. 실제 자살을 생각한 상담자도 두 배가량 늘었다. 블루한 2020년이다.

☞나 역시 축 처진다. 땅속까지 쳐진다. 어느 날은 심해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그러다 하나의 방법을 찾았다. 기행(紀行) 대신 기행(奇行)이다. 자연을 찍는다. 그냥 막 찍는다. 주제도 없다. 어쩔 땐 나무를, 또 어쩔 땐 풀을 찍는다. 그렇게 찍다 보면 알게 된다. 다들 죽은 게 아니다. 다 살아있다. 어떻게든 다 버티고 있다. 새들도 그렇다. 추운 강물을 견디며 물고기를 잡는다. 어떻게든 살겠다고 그런다. 그걸 보면 조금 부끄러워진다. 미물들도 살겠다고 안간힘이다.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이 나약해져서 되겠나.

☞코로나 하루 확진자가 1천여 명을 넘나든다. 보다 못한 정부는 칼을 빼들었다. 중대본은 '특별방역 강화 조치'를 발표했다. 오늘부터 시행된다. 내년 1월 3일까지다. 전국 전체가 대상이다. 식당은 5인 이상 모일 수 없다. 스키장은 문을 닫는다. 영화관은 밤 9시면 문을 닫는다. 숙박시설의 예약은 객실의 50% 이내로 제한된다. 종교시설 2.5단계 조치는 전국으로 확대된다. 이로써 고요한 연말연시를 맞게 됐다.

☞사실상 블랙 크리스마스다. 모두가 원하지 않았던 그림이다. 작은 특수를 꿈꾸던 자영업자들은 한숨을 쉰다. 차라리 3단계로 격상해달라고 호소도 한다. 하지만 3단계도 지켜야 의미가 있다. 방심하다 여기까지 왔다. 누군가의 이기심에 배반도 당했다. 과거를 못 지켜서 미래도 못 지킨다. 여전히 무개념인 사람들은 존재한다. 관리의 허점을 파고든다. 공유 숙박업소 예약은 가득 찼다. 해돋이 기차표는 매진이다.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블랙 크리스마스는 문제가 아니다. 이러다 '블랙 코리아'가 될지도 모른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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