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술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연말이다. 예년 같았으면 회식이 많았을 시기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재확산된 요즘, 떠들썩한 저녁의 분위기는 옛날이야기가 됐다.

회식(會食)을 한자어 그대로 풀이하면, '함께 모여서 밥을 먹는 것'이다. 주로 같이 일하는 회사 사람들과 모여 식사를 할 때 회식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회식은 '회사 등의 조직에서 같은 팀 또는 부서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이라고도 정의될 수 있겠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회식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술자리', '가기 싫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또 주52시간 근로가 적용되고,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회식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게다가 코로나는 회식 자리를 현저히 줄이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 시대의 회식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할까.

'회식'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의외의 곳에서 이 단어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의 '회음후 열전(淮陰侯 列傳)'이다. '회음후 열전'은 한(漢)나라의 명장이었던 '한신(韓信)'의 전기이다.

회음후 열전을 보면 한신이 조(趙)나라를 정벌하러 가는 부분이 나온다. 한신은 조나라 군대와 싸우기 전, 부장들을 시켜 군사들에게 가벼운 식사를 나눠주도록 하고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오늘 조나라 군사를 무찌른 뒤 다함께 모여 실컷 먹자!(今日破趙會食).”

실제 한신이 이끄는 한나라 군대는 조나라를 한나절 만에 이기고 저녁 때 모여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이 고사에서 '파조회식(破趙會食)'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오는데, '회식'이 바로 이 사자성어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 직장에서의 회식이 다소 전투적이었던 것은 어쩌면 이 단어가 정말로 전투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여기서 우리는 회식의 목적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위 고사에서 '회식'은 함께 밥을 먹으며 조나라를 이긴 기쁨을 나누는 자리였을 것이다. 물론 축하의 자리이기에 술과 고기가 빠지지 않았겠지만, 술과 고기가 없었더라도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함께하는 식사'는 의미 있고 즐거웠을 것이다.

같이 밥을 같이 먹는다(會食)는 것은 '먹고 마시는' 행위 그 자체 보다는 식사를 매개로 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있다. 남녀가 소개팅이나 데이트를 할 때 식사를 함께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회식 장소나 형식을 고민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서로가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이를 바탕으로 구성원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형식으로 회식 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의 회식과 직장 생활은 더 즐거워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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