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옥 대전월평중 교장

며칠 전 영자신문제작반 동아리 학생이 찾아와서 신문에 게재할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부탁했다. 학교장으로서 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우리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지도에 따라 생활안전 수칙을 잘 준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난 슬기롭고 자랑스런 월평인, 꿈과 희망이 넘치는 애국인, 사랑과 봉사정신이 투철하여 존경받는 세계인이 되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하는데 번뜩 우리 학생들이 처음 등교한 그날이 떠올랐다.

코로나 여파로 중단되었던 학생들의 등교가 5월 27일, 3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됐다. 개학 및 입학과 함께하는 희망찬 봄을 잃었던 학교는 그제야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로 바삐 움직였다. 특히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교실의 의자 배치와 방역, 거리두기 지도 방법 등에 대해 자체 계획을 세우고 점검했다.

드디어 5월 27일, 교문에는 “여러분 그리웠습니다,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교정에 핀 빨간 장미도 바람결에 얼굴을 흔들면서 학생들을 환영했다. 마스크로 절반 이상이 가려진 얼굴이지만 반짝이는 학생들의 눈방울에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사람같이 반가움과 기쁨으로 가득했고, 텅 비었던 학교는 금세 학생들의 생기로 가득찼다. 그동안 원격수업으로 온종일 집에서만 생활하며 단조로움에 지쳤던 학생들에게 등교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소식이 아니었을까? 학생들은 선생님의 귀에 쏙쏙 들리는 음성과 소통하는 수업의 소중함, 기대하고 고대했던 인조잔디 운동장에서의 체육 수업,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먹는 더없이 맛난 급식, 눈빛으로 즐기는 친구들과의 수다 등의 소중함을 함박꽃 같은 얼굴로 자주 표현했다.

아직은 코로나가 곳곳에 침투해 끈질기고 집요하게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했던가? 3학년 한 여학생은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이라는 글을 게재하면서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긴 기다림 끝에 등교했던 첫날은 입학하는 것처럼 설레었다. 선생님들께서는 다시 등교가 전면중지될 수 있는 상황을 걱정하시며 ‘썰렁한 아재 개그조차 해줄 수 없어 미안하다’ 하시면서 우릴 다독이셨다. 힘들지만 견뎌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알기에 불만은 없었지만, 이전에 내가 누렸던 일상의 당연한 즐거움과 행복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 정말 몸소 느끼게 됐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 사태는 교육환경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을 급진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보루는 학생이고, 인간관계이다. 하버드대학의 신경정신과 로버트 월딩거 교수는 1938년부터 시작된 종단 연구를 통해 “좋은 인간관계가 사람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고 했다. 학교는 지식만을 전달하는 교육기관이 아니다. 올바른 인성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은 인간관계를 통해 직접 경험하고 체득할 때 길러질 수 있다.

세계의 많은 학자들은 인류가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 어려운 시간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꿈을 키우며 성장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이 더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 것을 확신하면서, 다시금 학생들이 첫 등교를 했던 그날,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왔던 말을 이 해가 가기 전에 우리 학생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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