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기타리스트협 지난달 창단연주회
지역 연주자 20여 명… 저변 확대 첫 발
코로나19 변수 딛고 독주회 등 행보도
대전국제기타페스티벌 취소 아쉬움 커
역사·의미 깊은 음악행사… 정상화 염원
내년 기획 연주회·홍보채널 등 계획
지역 내 많은 연주 무대 가질 수 있길

▲ 대전기타리스트협회 단체사진. 대전기타리스트협회 제공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함께보단 혼자가 익숙했던 기타 연주자들이 알을 깨고 나왔다. 지역 기타 연주자 20여 명이 모인 대전기타리스트협회가 지난달 창단 연주회를 열고 첫발을 뗐다. 이들은 ‘기타인의 본고장’이라고 불리는 대전에서 시민과 연주자가 기타로써 어우러지는 도시를 꿈꾼다. 기타를 처음 잡고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온 시간들은 자양분이 되고 서로의 경험을 한 데 모아 꿈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갈 계획이다. 이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한 대전기타리스트협회를 만났다. <편집자주>

-지역에서 유일무이한 기타리스트협회다. 설립 취지가 궁금하다.

“지역을 대표하는 협회로는 유일무이라는 말이 맞는 거 같다. 오랜 시간 한국을 대표하는 협회로는 두 기관이 있다(한국기타협회, 한국기타연주가협회). 그럼에도 선뜻 마음을 같이하고 협회를 설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 고장에서의 활동은 지역의 몫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전의 협회 활동은 점점 소원해지기도 하고 소통의 어려움도 겪어본 터, 이번에는 지역 기타리스트들과 규모는 작지만 힘차게 기획도 연주도 함께해보고 싶었다. 기타 연주와 애호가도 많아지고 연주자와 감상자는 서로 발전할 것이라 생각했다. 함께해서 불편하고 신경 쓰일 수도 있으나 작년에 함께할 기회가 왔을 때 우리 모두는 주저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대전은 여러모로 기타인의 본고장이라 할 만한 도시인지라 함께 모여 활동하면 저변 확대의 속도도 빠르고 많은 애호가들이 생겨나는 일에도 효과적일 것은 자명했다. 협회는 지금부터는 멈추지 않고 함께 걷는 일에 매진하면 된다. 혼자서는 더디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함께하고 응원할 동료가 있기에 선의의 경쟁에도 서로 아름다운 응원의 박수를 보낼 수 있고 그것이 협회라는 한 가족의 또 다른 힘이 아닐까 싶다. 요약하자면 같은 길을 함께할 동료이자 가족이 필요했다. 어려움 해결에도 한소리를 낼 수 있고 좋은 일도 같이 기뻐해 주는 공동체. 그 일을 시민과 지역으로 확대해가는 일을 함께 하고자 한 마음이 설립 취지다.”

-연주자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현재 협회는 5개 학교 출신으로 대전과 세종에서 활동하는 20명의 기타리스트들이 속해 있고 이미 추천된 몇 명의 기타 연주가가 있어 내년엔 좀 더 충원될 예정이다. 지난해 5월 목원대학교 동문음악회에서 클래식 기타 졸업생들이 모여 합주를 했고 10월엔 지역기타인들이 모여 대전기타앙상블이란 이름으로 대전국제기타페스티벌 오프닝 연주를 했었다. 이를 계기로 ‘이번 기회에 지역의 젊은 기타리스트들을 더 모아서 계속적인 모임을 해보는 게 어떨까’라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얼마 전 창단 연주회를 갖고 첫 발을 뗐다. 소감은.

“지난해 협회를 만들고 12월에 송년 연주회를 진행하면서 내년 가을에는 공식적으로 협회의 시작을 알리는 창단 연주회를 하자고 나름 야심 차게 계획했었다. 코로나19로 한 차례 연기되는 등 많은 변수 속에서 치러진 창단 연주회다. 올해 모든 예술인들이 겪었을 어려움이라 생각한다. 또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3명의 협회 기타리스트들은 독주회를 통해 멈추지 않는 행보를 이어갔다. 어려운 상황에도 연주자로서의 위치를 지키고 스스로를 빛내는 일에 인고의 시간을 보낸 협회 기타리스트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 이번 창단연주회는 문화예술인의 활동이 어려운 때에 협회원과 애호가분들 모두 힘 모아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당초의 계획보다는 움츠러든 한 해였지만 한편으론 거창하게 시작해서 부담이 되고 실망을 드리는 것보다는 점점 나아지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왼쪽부터) 대전기타리스트협회 박영의, 김병현, 최지원, 김재현.  사진=서유빈 기자
▲ (왼쪽부터) 대전기타리스트협회 박영의, 김병현, 최지원, 김재현. 사진=서유빈 기자

-기타는 단체보다 솔로가 익숙한 악기라고 알고 있다. 다 함께 모여 연주할 때의 매력은 무엇인지?

“그렇다. 많은 이들의 인식이나 기타리스트들조차도 합주의 매력을 잘 몰랐을 것이다. 여럿이 모여 경험해보니 여러 시간 함께 호흡하며 맞춰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함께하는 즐거움은 여럿일수록 배가 된다. 작은 소리의 악기가 가지고 있는 표현의 한계점을 어느 정도는 탈피할 수 있었고 악상의 표현도 극대화되니 듣는 관객의 즐거움도 커졌으리라 확신하게 됐다. 솔로와 앙상블, 합주로 감상 포인트를 확장해가기를 추천한다. 현악기가 솔로와 앙상블 오케스트라로 규모가 변할 때 겪는 감흥의 변화가 기타 연주에도 똑같이 있다.”

-‘대전국제기타페스티벌’이 올해 코로나19로 개최되지 못했다.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

“솔직히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이는 우리 협회뿐만이 아니라 지역 기타인과 애호가 모두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매년 5개국 이상 참가하는 국제 행사다 보니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취소됐다고 생각한다. 대전국제기타페스티벌은 10년 이상 지속된 역사나 규모면에서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클래식 기타 음악 행사로써 지역 기타인들에게는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애호가뿐 아니라 대전 시민 모두에게도 KTX를 타지 않고 세계 일류 기타리스트들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이자 축복이라 생각할 정도로 의미 깊은 행사다. 내년에는 꼭 다시 정상화되기를 협회원 모두 염원하고 있고 더불어 페스티벌이 치러지는데 우리 협회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대전기타리스트협회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궁금하다.

“목표는 명확하다. 지역의 기타리스트들이 더 많은 연주 무대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이를 통해 대전의 기타 애호가들과 함께 좋아하는 기타 음악을 다양하게 공유하며 많은 추억을 쌓아가고 싶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자연스레 저변이 확대돼 기타 문화만큼은 어느 도시 못지않게 풍족해졌으면 하는 게 꿈이라면 꿈이다. 일단 올해 한 번의 연주회를 치른 것에 더해 내년엔 두 번의 기획 연주회를 가지고 싶고 협회를 알릴 수 있는 채널을 만드는 등 홍보 역량을 강화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또한 정기 연습모임을 통해 협회원들끼리 더욱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파퓰러(popular)의 앞 글자를 딴 팝 음악도 이젠 마니아 장르가 됐다’는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작은 영역이라 할 수 있는 클래식 기타 단체에 이렇게 관심 가져주셔서 깊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전기타리스트협회도 기타 음악 문화가 좋은 생태계를 가질 수 있도록 힘쓸 것이고 이를 통해 지역의 문화계가 더욱 풍성해지는데 일조하고 싶은 바람이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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