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 충남교육청 교육혁신과장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을 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네모의 꿈’이란 노랫말이다.

20여 년 전 노랫말에도 나오듯이 일제강점기 이후 우리 학교의 구조는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다. 네모난 교실 모양과 크기, 일자형 복도, 교탁을 보고 일렬로 앉는 좌석 배치, 딱딱한 책상과 걸상, 교실과 분리된 운동장 등 어느 동네 어느 교실을 가나 천편일률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학교 구조에 대한 반성으로 학교 공간을 혁신적으로 바꿔보자는 시도들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름하여 ‘학교공간혁신 사업’이다. 충남교육청은 이를 ‘감성꿈틀 사업’이라고 이름 붙였다. 감성을 꿈틀꿈틀 키우는 공간, 꽃을 피우기 위해 싹을 틔우듯 꿈을 틔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 학교 공간은 21세기의 학습자중심 교육과정을 수용하기에 한계가 있으므로 학습자 개인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공간은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사고와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충남교육청은 2015년부터 행복공간(감성꿈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일선 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자신들이 사용할 공간이 어떤 모양새 어떤 쓰임새로 만들어졌으면 하는지 함께 토의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공모 신청을 하면 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미래교육 대응, 민주시민교육, 자치공동체 실현 등 세 가지 목적을 두고 추진하는 ‘감성꿈틀’사업은 단순히 낡은 학교시설을 개선하는 시설사업이 아니다. 미래의 학교 공간을 조성하고 학교에 관한 생각을 바꾸며 교육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학생 중심의 협동학습, 창의적 융·복합 교육 등 미래 혁신교육에 필요한 다양하고 유연한 공간을 조성하고 학교 사용자의 주도적 참여 설계를 통해 민주적 의사결정 및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등 교육과정과 연계한 민주시민 역량을 키운다. 학교공간을 지역사회에 개방하고 공유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문화형성 및 삶의 중심 공간으로서 학교역할도 강화하게 된다.

사업방식은 우선적으로 공간 사용자인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반영하고 교직원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사업을 시행한다. 또한 전공교수, 교사, 건축가, 조경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촉진자 인력풀을 구성해 기술, 교육 분야별로 학교를 지원한다.

이와 같이 미래사회의 주역인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교육활동을 통해 학습과 놀이, 휴식 등 균형 잡힌 삶의 공간인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사용자 참여설계와 전문가 협업으로 삶과 배움이 살아있는 미래형 학교 공간 재구조화를 이룸으로써 학교공간혁신이 곧 교육혁신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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