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제 강점기때 민족정기 말살과 경제 수탈목적으로 창지개명(創地改名)이 대대적으로 단행됐다. 효율적인 식민통치를 목적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하고 지명(地名)은 편의적으로 한자로 바꿨다. 이렇게 바뀐 지명이 충청지역에도 수두룩하다. 우리사회 곳곳엔 지명뿐 아니라 일상에서부터 행정 분야까지 일제잔재가 뿌리 깊게 널려 있다. 지자체마다 왜곡된 일제지명을 찾아내고 우리 고유 지명으로 복원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어 의미가 크다.

충남도는 어제 '일본식 지명 등 조사 연구용역' 완료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일제 때 만들어진 지명조사를 통해 일제잔재 청산을 목적으로 2022년까지 추진하는 연차사업이다. 올해는 우선 아산과 금산, 서천지역을 중심으로 6043건 지명 중 한자 왜곡·단순화 등 일본식 의심지명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 내년에도 보령, 논산, 계룡, 부여, 청양, 홍성 등 6개시군 1만647건의 지명을 조사해 일제 지명 등을 조사 정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제는 한국인의 이름과 정신을 바꾸기 위한 창씨개명(創氏改名)과 함께 고유 지명도 일본식으로 바꾸는 창지개명에도 열을 올렸다. 당시 무려 3만4233개에 달하는 지명을 역사성이나 마을 유래 등을 무시한 채 멋대로 한자로 바꿨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두 개의 천이 아우르는 위치에 있다는 의미의 아우내를 병천(竝川)으로 바꿨고 현재 청주 성안길로 불리는 옛 명칭 본정통도 그 당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민족정기 말살을 목적으로 한만큼 반드시 바로 잡아야 마땅하다.

지명은 땅의 역사이고 문화이며 지리적 환경과 풍속까지 함축된 언어다. 일제가 수탈 목적으로 자행한 개명에 제 이름을 찾아주는 작업은 곧 역사성과 정체성을 되찾는 길이기도 하다. 광복이후 수십 년간 익숙해진 지명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면 찬반 이견은 물론 주민 불편도 따를 수 있다. 그렇더라도 더 늦기 전에 청산해야 할 과제기에 마냥 늦춰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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