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인물 추정 의견 반복게재
찬성·반대 공론화장 변질 돼
목적성 희석… 무용론까지 나와

[충청투데이 이인희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특별자치시 이전과 관련한 여론수렴을 위해 진행 중인 전자공청회의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복 참여로 인한 공정성 문제는 물론 전자공청회가 중기부 이전 문제가 아닌 정부 정책의 찬성과 반대의 공론장으로까지 확대되는 등 ‘대전시민의 의견을 듣겠다’는 본래 목적이 소멸된 상황이다.

13일 대전시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 변경(안)에 대한 전자공청회에서 이날 기준 12만 7242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전자공청회는 중기부의 세종 이전에 대한 찬성과 반대 여부와 함께 이와 관련된 자유로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다.

수렴된 여론은 취합 과정을 거쳐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안과 함께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현행 행복도시법상 결정권자인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중기부 이전에 대한 승인 가부를 결정하게 된다.

즉 이번 전자공청회는 지역사회가 그동안 유지해왔던 중기부 존치 의지를 마지막으로 공식 표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이러한 점이 반영되면서 중기부 이전 관련 전자공청회는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이전과 관련한 전자공청회 등보다 높은 역대 최고의 참여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높은 참여율과 달리 현재 전자공청회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전자공청회 개최 직후인 지난 11일 게재됐던 의견 가운데 동일인물의 반복 게재로 추정되는 의견이 수차례 발견됐다.

사진 =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사진 =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이로 인해 행안부는 전자공청회 진행 도중에 ‘동일인이 여러 번의 글을 올리고 있어 진행에 방해가 되고 있으니 한 번의 의견만 개진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지했다.

행안부는 또 중복으로 게재된 의견에 대해선 ‘한 사람이 여러 번의 의견을 내더라도 한 건의 의견으로 취합된다’고 규정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중기부 이전 반대에 대한 의견 대비 두배 가까이 많은 찬성 의견이 계속되면서 중복 참여 논란은 결국 전자공청회 무용론으로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앞서 ‘대전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행안부 등의 입장과 달리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포함되는 대전시민은 물론 이해관계 범위 밖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되면서 중기부 이전에 대한 의견보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찬성과 반대 공론화장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결국 중기부 세종 이전에 대한 찬성과 반대 및 갈등 최소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전자공청회의 본래 목적성이 희석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이러한 행정절차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무분별한 참여와 이로 인해 불명확한 중기부 이전의 찬반 여론이 그대로 이전 절차에 반영될 경우 중기부의 이전 적지인 지역민들의 의견 일부만이 반영된 채 이전이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정부 정책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의 순수한 의견이 취합되지 못한다면 공청회 개최 자체의 의미가 사라지면서 행정절차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뒤따를 것”이라며 “지역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던 최초 목적이 올바르게 실행될 수 있는 여과방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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