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0시 음식점들 문 닫아
번화가 적막만… 업주들 막막

8일 오후 10시30분경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대전 서구 둔산동 번화가 거리가 '오후 10시 이후 영업중단" 조치로 썰렁하다. 사진=전민영 기자
8일 오후 10시30분경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대전 서구 둔산동 번화가 거리가 '오후 10시 이후 영업중단" 조치로 썰렁하다. 사진=전민영 기자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오늘부터 10시에 문 닫습니다. 추가 주문 있으면 지금 해주세요.”
8일 오후 9시 30분경,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양꼬치집에서 종업원 A 씨가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말을 걸었다.

이날부터 시행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라 오후 10시 이후엔 대전지역 음식점들이 모두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후 9시 50분경까지도 둔산동 일대 술집에는 군데군데 사람들이 앉아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일 년 중 가장 호황인 연말 기간임을 고려하면 한산한 느낌을 버릴 순 없었으나 친구, 직장동료로 보이는 무리들이 연말 송년회 느낌을 자아냈다.

사람들은 10시를 꽉 채우고 나서야 곳곳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다. 거리는 곧 오가는 차와 사람들로 붐볐다. 집에 가기 아쉬운 듯한 시민들은 일대를 서성이며 문 연 가게를 탐색하거나 50㎡ 이하의 소규모 카페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A 씨는 7명의 단체 손님을 10시 10분경 내보내며 “장사가 잘될 때야 자정에서 새벽 시간대만 100만원도 벌었는데 이젠 해탈해서 화도 안난다”며 “요즘엔 백신이 나올 때까지만 이 일대에서 집단감염만 안 나오면 좋겠다 싶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프렌차인즈 술집 업주 또한 “12월은 직장인들은 물론 시험이 끝난 수험생과 대학생까지도 쏟아져 나와 홀 알바생만 8명씩 있었는데 오늘 혼자 홀 서빙을 했다”며 “1년 동안 상황이 나아지리란 기대로 버텼는데 어쩌다 이 수준이 됐나 싶다”고 토로했다.

이 일대 술집들은 현재 오후 10시까지 마신 술을 보관해주고 새벽 5시에 재방문할 시 안주를 공짜로 주는 이벤트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코인노래방으로 걸음을 옮기던 이들은 ‘8일부터 28일까지 오후 10시~새벽 5시 사이 영업이 중단된다’는 안내문과 함께 굳게 닫힌 노래방에 발길을 돌렸다.

30분가량 거리를 방황하던 시민들은 살을 애는 칼바람에 차례로 자리를 떴다.

오후 11시경, 연말특수로 가장 뜨거워야 할 둔산동 번화가 거리는 간판만이 불을 밝히고 있을 뿐 적막이 흘렀다.

대전의 번화가가 ‘셧다운’된 모양새다.

유성구 궁동에 거주하는 B(22) 씨는 “가게에서 나와 어디라도 가려고 했는데 정말 갈 곳이 없다”며 “카페도 테이크아웃만 되고, 편의점도 실내 식사가 금지돼 집으로 가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10시 이후 일반음식점의 영업 중단 조치 관련 신고 건수는 0건이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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