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대한건축사협회 대전시회장

분주한 아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울려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발걸음을 가볍게 움직여준다. 그냥 이대로 차를 몰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친구나 만났으면 하는 생각이 비현실적 상상임을 깨닫고 마스크로 굳게 입을 막으며 코로나 팬더믹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어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비수도권도 강원 영동과 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2단계로 격상했다. 제한되는 일상으로 인해 개인적인 라이프 스타일에도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각종 모임과 회의를 비롯한 여러명의 대면 행사들은 화상회의나 서면으로 대체되었고, 친목 모임은 대부분 취소됐다. 대신에 개인적인 시간이 조금 늘어났고,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혼자만의 시간으로 보내게 됐다. 학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대체돼 대부분의 가족이 평일에도 함께 있는 낯선 일상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활동은 해야 하는 터라 개인적으로는 마스크를 수시로 갈아쓰고, 손씻기를 생활화하며 기침 에티켓 등 새롭게 바뀌는 무언의 수칙을 잘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은 비단 필자뿐만은 아닌 듯 싶다. 우리의 국민성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이 부분이다. 규칙과 질서를 존중하고 잘 지키는 착한 심성은 정말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될 만하다.

아무튼 공간적인 문제가 나타나는 시점이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원룸을 근간으로 하는 청년들의 주거공간이 하루의 일상을 담기에는 너무 협소하고 불편하다는 것을 최근에야 몸으로 느끼게 되었고, 아파트 위주의 주거 역시 업무를 위한 공간의 부재와 학교나 직장에 있어야 할 가족의 존재로 인해 주부의 일상 역시 더 많은 가사노동량에 힘들어 하고 있다. 또,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이용자들은 온라인 쇼핑으로 대체하고 있어 유통량의 증가 및 배달업무의 신속성을 요구하고 있다. 모 항공사가 기내 구조를 화물로 변경하여 비행량을 유지하듯이 비어진 공간들도 새로운 기능의 모색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의 건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는 공간의 융통성이라 생각한다. 현재 필요한 공간으로 구획되어 변경이 어려웠던 벽이나 칸막이 등이 자유롭게 이동하여 새롭게 요구되는 공간을 형성할 수 있는 구조적인 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발생할 또다른 질병의 확산에 대비하여 다수의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시설의 방역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출입구의 통합관리 시스템을 좀 더 강화된 방역시스템을 구축해 발열체크와 신원파악을 비롯한 응급대처와 증상자 분리체계를 갖춰 일단 통과된 시민들은 안심하고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크리스마스 캐롤 속 연말의 풍경을 상상만하는 끔찍한 세상이 도래하지 않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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