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헌영 대전동부경찰서 시민청문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요즘 같은 언택트 시대엔 사람 만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경찰 공무원과 민원인과의 만남은 더 어려움이 따른다.

이 어려운 시기에 경찰 공무원은 어떤 마음으로 민원인을 만나야 할까?

좋아하는 시 중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가 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부서지기 쉬운 /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경찰 공무원을 찾아오는 민원인은 고소, 고발, 범죄 피해 등 법적인 문제로 어려운 상황에서 찾아온다.

대부분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에 찾아온다.

민원인의 일생 즉,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미래가 함께 찾아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인의 말처럼 한 사람의 일생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 되는 것이다.

대전경찰청은 올해 처음으로 시민청문관 제도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시민청문관 제도는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고 반부패 자정 활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경찰청에서 2019년부터 도입·추진 중인 제도다.

부패 취약요소를 진단하고 내부 비리 신고접수 및 민관 참여의 청렴협의체를 운영하는게 시민청문관의 주 역할이다.

시민이 참여해 경찰 조직 전반에 청렴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기획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시민청문관의 역할은 경찰조직 내부의 부패요인을 시민의 눈높이에서 진단하는 것이다.

시민청문관으로 근무하면서 민원인을 대하는 경찰공무원의 모습을 자주 본다.

어려움을 토로하는 민원인과 아픔을 같이하는 모습, 때론 법 집행을 위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민원인들을 대하는 경찰 공무원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열탕과 냉탕을 오간다.

이러한 경찰 공무원에게 민원인의 일생을 감당하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시인의 말처럼 법적분쟁이나 어려움으로 인하여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그 마음을 받아 줄 수는 있지 않을까?

민원인들의 상황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며 보듬어 주는 그런 따뜻한 바람의 마음을 우리가 조금이라도 흉내 낸다면 필경 사회로부터 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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