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 확산 조짐을 보이자 방역당국이 총력 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달 26일 전북 정읍의 한 오리농장에서 처음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이후 경기 여주, 전남 영암, 경북 상주의 가금류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연이어 확진됐다. 충북 음성군의 한 메추리 농장에서는 그제 3000마리가 폐사해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남 나주 오리 농장에서도 어제 고병원성 AI 감염이 의심되는 개체가 발견된 상황이다. 고병원성 AI가 아니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우려했던 농장 간 수평전파 사례는 나오지 않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방역을 철저히 한 덕분이라고 하겠다.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고병원성 여부가 확진되지 않은 음성의 메추리 농장을 포함해 지금까지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5곳 모두 농장 간 수평전파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병원성 AI 발생농장 반경 10km 내에서도 AI는 전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야생조류에 의한 전염 가능성이 높다.

올 들어 전 세계 20여개 나라에서 700건이 넘는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여 일 간 20건에 달하는 고병원성 AI 항원이 검출됐다. 고병원성 AI는 철새로 인해 전파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지금부터가 AI '팬데믹'을 막을 중대 고비다. 철새 유입이 가장 왕성한 시기가 바로 12~1월 사이 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충남 천수만을 비롯해 전국 곳곳이 철새 도래지이고 보면 한시고 기장을 늦출 수 없다.

철새 도래지를 중심으로 방역망을 촘촘히 짜야한다. 무엇보다 농장 간 수평전파 만은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 전국에서 3000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를 살처분 한 지난 2016년 AI사태를 굳이 상기하는 이유다. 당국은 닭고기와 오리고기의 수습안정에도 신경써주기 바란다. 공급 여력이 아직은 충분하다고 하나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가격변동 폭을 예의주시하며 선제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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