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장관, 새 국면 기대감 심어놓고 행안부 되레 이전계획 공청회 확정
대전시엔 사전통보 안해…이낙연 대표도 막겠다던 ‘일방적 강행’ 현실화

[충청투데이 이인희 기자] 정부와 정치권의 고위 인사들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시 이전 문제를 놓고 대전 지역사회를 향해 보였던 전향적 의사가 ‘거짓말’에 그쳤다.

지역사회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전을 강행하지 않겠다던 약속이 무위로 돌아갔지만 이에 대한 책임은 온데간데없는 행태에 대해 연일 비난세례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중기부가 세종 이전에 대한 의사를 공식화한 것은 지난 10월 16일 정부 조직관리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에 이전 의향서를 제출하고부터다. 2017년 7월 청에서 부 승격 이후 증가한 조직 규모와 함께 다른 부처와의 원활한 업무 협의 등을 위해 이전 필요성을 주장한 끝에 행동에 옮긴 것이다.

중기부의 이 같은 이전 추진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곧바로 중기부 이전에 따른 지역 발전 저해를 우려하며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기에 이 같은 산발적인 움직임은 중기부의 이전을 저지까지 미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에 허태정 대전시장은 주요 인사 면담을 통해 지원사격 요청에 나섰다.

허 시장이 가장 먼저 만난 인사는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다.

지난달 6일 국회 본관 당 대표실을 찾아 이 대표와 면담을 가진 허 시장은 이 자리에서 중기부가 주장하는 이전 당위성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허 시장은 이와 함께 중기부 이전에 대한 당 차원의 입장 표명에 대해서도 함께 요청했다. 이 대표 면담 이후 사흘 만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을 찾은 자리에서는 고무적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허태정 대전시장과 면담을 가졌던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을 놓고 최근 시민들의 민심이 격양되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며 “향후 시간을 두고 대전시민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충분히 가지겠다”고 밝혔다.

사진 = 충청투데이 DB
사진 = 충청투데이 DB

행안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당시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중기부 이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기대감은 이튿날인 민주당의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지난달 11일 충북 괴산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충청권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시 이전 여부는 대전시민의 의견을 경청해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대전시민 의견을 무시하며 이전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6일 허 시장과의 면담에서 집권여당의 공식 입장 표명 요청을 받았던 이 대표가 이를 공식화 한 것으로 이날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허 시장도 ‘충분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하며 고무적인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면 현재 상황은 정부와 정치권의 이러한 전향적 의사와는 전혀 다른 궤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중기부 이전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는 행안부는 지난달 30일 중기부 이전을 위한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변경(안)에 대한 공청회를 오는 17일 오전 10시로 확정했다. 특히 행안부의 공청회 개최 확정은 이해관계에 놓인 대전시에 사전통보조차 이뤄지지 않은 점에서 이 대표가 막겠다던 ‘일방적 강행’이 현실화 된 상황이다.

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정치권과 정부를 대표하는 위치에서 지역사회를 향해 내놓은 약속은 결코 지울 수 없는 부분”이라며 “천막농성 등 지역사회의 반발을 침묵으로 일관한 채 정면돌파하겠다는 처사가 아닌 약속에 대한 책임의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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