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민 입장 고려하겠다더니
돌연 공청회 계획…이전 신호탄
市 “확정직전에서야 통보” 당혹
지역사회 천막농성 등 투쟁 계속

[충청투데이 이인희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시 이전에 대해 대전시민의 입장을 고려하겠다던 정부가 돌연 ‘불통’의 태도로 돌아서며 지역사회를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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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기부 이전의 신호탄 격인 공청회 개최를 확정함으로써 지역의 반대여론을 고려치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냄에 따라 대정부를 향한 지역사회의 반발은 비판을 넘어 투쟁 수위까지 끓어오를 전망이다.

행안부는 전날인 지난달 30일 중기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변경(안)에 대한 공청회를 오는 17일 오전 10시로 확정했다. 행안부가 공청회 개최일을 확정한 날은 공교롭게 대전시와 5개 자치구, 지역 정치권 등 지역사회가 중기부 이전 반대를 위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던 첫 날이기도 하다.

공청회 개최 세부일정 및 계획까지 마련해 발표한 행안부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지역사회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사회는 물론 정치권까지 합세한 공통된 반대의 목소리를 의식하고 이를 충분히 고려하겠다던 입장과는 정반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허태정 대전시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진영 행안부 장관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시민 의견 수렴절차를 충분히 가질 것이며 대전시의 입장도 고려해 절차를 이행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와 달리 행안부가 갑작스런 정반대의 행보에 나선 것을 두고 사실상 중기부 이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과 다름없다는 최악의 전망까지도 나오는 상황이다. 시에서도 행안부의 이전을 위한 법적 절차 개시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 고위 관계자는 “공청회 등 절차가 사전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정부에 거듭 강조해 왔다”며 “만약 공청회 일정이 확정될 경우에 대해서도 사전통보 등을 조율했으나 전날 확정 직전에야 전달을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이번 공청회 강행 의사는 지역의 중기부 이전 반대여론을 아랑곳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정면돌파 의지가 간접표현된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정부 차원에서 중기부 이전의 공감대를 마련, 이에 대한 의사 결정 번복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는 과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세종 이전 강행 사례와도 매우 유사하다. 과기부 이전이 공식화됐던 당시 과천지역에서는 시장을 비롯한 지역 주요 인사들의 삭발투쟁을 비롯해 과기부 이전을 위한 공청회 개시를 막기 위한 주민들의 난입 등 진통이 계속됐지만 결과적으로 세종 이전이 강행됐다.

다만 지역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의지를 이어나가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우선 지역 정치권에서는 ‘표심’을 볼모로 한 직접 경고까지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 표심 덕분에 집권여당의 단체장 석권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은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라며 “중기부 이전이 강행된다면 2022년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 등 표심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전 의지로 인한 천막농성 무위론 등 우려가 앞다퉈 나오는 점에 대해서 허 시장도 단호히 선을 그었다. 허 시장은 이날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그동안 모두가 동분서주하며 정치력을 총 동원해 많은 변화를 가져왔음에도 중기부 이전 행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반드시 지키겠다는 각오와 단합된 시민의지를 모아 사태 해결를 위해 앞장서겠다”고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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