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와 중소도시·농어촌에 사는 어린이가 누리는 '삶의 질' 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구호개발 NGO(비정부기구)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밝힌 '2020 한국 아동 삶의 질' 연구 보고서에서다. 예상했던 대로다. 도시 거주 어린이들은 농어촌 거주 어린이들에 비해 문화수혜 등 여러 면에서 보다 나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요소들은 삶의 질과 직결된다고 하겠다. 문제는 도시와 농처촌의 삶의 질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동 삶의 질 지수(CWBI)가 가장 높은 지역은 113.88을 기록한 세종시였다. 부산(110.91), 대전(110.76), 인천(109.60), 광주(109.13)가 뒤를 이었다. 조사는 지난해 10∼11월 전국 17개 시도 초등학교 3·5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부모 등 8171명을 대상으로 행복감, 주거환경, 안전 등 총 8개 영역 43개 지표에 걸쳐 이뤄졌다. 세종· 대전 거주 어린이의 삶의 질이 전국에서 1위와 3위를 차지했다는 건 반길 일이다. 하지만 광역도 거주 어린이의 삶의 질과 괴리감이 너무 크다.

광역도 가운데 아동 삶의 질이 상위권인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15위(90.42), 충남 16위(88.2) 등 대부분 도 지역이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각각 1위· 3위를 차지한 세종시와 대전시의 인접 지자체인 충북, 충남의 점수가 너무 비교된다. 지리적으로 가깝다고 하더라도 거주 지역에 따라 아동이 누리는 삶의 질은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아동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니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 아닌가. 아동 삶의 질이 상위권인 광역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높아 사회복지 예산 비중을 늘리기가 용이하다. 반면 농어촌지역은 재정자립도가 빈약해 사회복지예산을 늘리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지역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역에 따라 아동 삶의 질이 달라진다면 선진사회가 아니다. 아동 모두가 고르게 삶의 질을 향유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그래서 긴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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