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 청주시 세정과 세입팀장

기본이 바로 서야 대한민국이 바로 설 수 있다. 국민이 기본을 잘 지켜야 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행위이며 기초질서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권리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으면서 좋은 나라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초질서라는 것은 말 그대로 기초 질서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조차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길거리에 침 뱉고, 쓰레기 버리는 행동, 무단 횡단하는 행동, 이런 행동들을 나이 불문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몇 달 전 안타까운 상황을 본 적 있다. 횡단보도에서 많은 사람이 보행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가 빨리 바뀌지 않자 한 어르신이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짧은 횡단보도도 아니고 다소 길었지만 상관없었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그것을 본 다섯 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갑자기 건너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도로에는 차들이 오가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보호자로 보이던 누나 역시 깜짝 놀라 뛰어가서 동생을 가까스로 잡고 뭐 하는 짓이냐고 물었을 때 아이의 대답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앞에 할아버지도 건너잖아". 이것을 보고 같은 어른으로서 너무 부끄러웠다. 아이에게 영향을 끼쳤고, 자칫 큰 사고가 날 수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어른으로 해야 할 역할을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수십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민 의식이다. 대체 왜 질서를 가볍게 여겨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문제를 사회적인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 중에 나만 지키지 않는다면 굉장히 잘못된 행동이라고 금방 느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모두가 지키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잘못은 정확하게 파악하고, 악랄하게 비난을 쏟아낸다.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 현재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렇다. 기초질서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들이 언론을 통해 많이 비치고 있다. 그것들을 보며 사람들은 비난을 쏟아낸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그러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나는 절대 아니라는 식의 생각이 대한민국을, 자신을 망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주지 않고는 더 중요하지가 않다. 중요한 것은 기초 질서를 지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질서를 지키지 않고 있음을 빠르게 인지하고, 앞으로는 지켜야겠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람이 아름답게 꾸민다고 해서 멋진 것이 아니다. 가장 멋진 것은 지켜야 하는 것을 지켰을 때이다. 언제까지 가장 기본적인 것을 말할 것인가? 수십 년 동안 문제가 되는 것들이 당장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개개인이 나부터라는 생각으로 기초질서를 지켜준다면 이런 생각이 모두에게 전파돼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다면 한다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진짜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아무렇지 않게 지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코로나19 이후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경제발전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선진국다운 기초질서가 우선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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