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를 사육하는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양계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27일 전북 정읍의 육용오리 농장에서 H5N8형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이 나왔다.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것은 2018년 3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최근 국내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항원이 잇따라 검출돼 가금류 전염에 대한 우려가 증폭돼 왔었다. 정부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 조치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다.

충남 천안 봉강천에서 지난달 21일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상황이고 보면 우리지역도 안심할 수 없다. AI가 나온 봉강천을 비롯해 서산·태안 천수만, 서천 금강하구둑 주변은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로 꼽힌다. 가금농장의 고병원성 AI는 주변 철새 도래지 등에서 오염된 야생조류를 통해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철새도래지가 많은 충청지역으로선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적으로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어제 발언에서 심각성을 간파할 수 있다.

고병원성 AI는 야생 조류나 닭, 오리 등 가금류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 전염병으로 감염된 가금류는 폐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악의 해였던 2016년에는 AI로 전국에서 3000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 되는 엄청난 피해를 냈다. 2018년에는 천안의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검출돼 닭 330만 마리가 살처분 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올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고병원성 AI의 확산속도가 2016년과 비슷하다고 하니 철저한 대처가 요구된다.

특단의 방역만이 AI를 막을 수 있다. 농식품부가 방역조치를 대폭 강화한 건 선제적 대응으로 잘한 결정이다. 고병원성 AI는 2014년부터 매년 겨울철이면 발생해왔다. 하지만 가금농장에 피해를 입히지 않고 넘어간 적도 많다. 그러고 보면 이번 AI의 확산여부 역시 방역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AI에 대처하면서 노하우도 쌓였을 것이다. 가금농가는 물론이거니와 시민들도 방역 매뉴얼을 철저히 지켜주기 바란다. 코로나19에 AI까지 겹쳐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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