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교통사고 뺑소니 혐의로 입건된 시민이 경찰로부터 추궁하듯 조사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해당 사건을 맡은 법관이 수사과정을 비판했다.

26일 대전지법에 따르면 50대 A 씨는 지난해 대전의 한 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던 중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의 정지선을 조금 지나쳐 정차했다.

당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이 A 씨 차량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넘어지면서 부상을 입었고 이후 A 씨는 차에서 내려 또다른 시민과 함께 자전거를 세워주는 등 현장을 살핀 뒤 떠났다.

경찰은 행인이 A 씨의 차량을 피하려다 쓰러졌지만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했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도주치상 혐의로 A 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1심을 맡은 구창모 부장판사(형사3단독)는 목격자 진술이 엇갈리는 등 A 씨가 자신의 차량 때문에 행인이 넘어졌다는 인식을 하고도 현장을 떠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그는 조사 과정에서 오히려 A 씨에게 뺑소니를 하지 않았다고 객관적으로 입증할 증거나 증인을 묻는 경찰의 행태를 두고 무죄추정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A 씨는 경찰 측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취지로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 판사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조사를 할 수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착잡할 따름”이라며 당시 119신고 내용에서도 교통사고라는 언급이 등장하지 않는 점을 들어 A 씨를 뺑소니 운전자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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