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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모든 게 쉬운 건 줄 알았다. 인생이 계획대로 다 흘러가는 줄 알았다. 이를테면, 취업·결혼·출산은 당연한 건 줄 알았다. 그 나이 때가 되면 으레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게 평범한 건 줄 알았다. 모두가 다 그렇게 사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 평범한 과정들이 가장 어려운 것들이었다. 누군가는 일이 없어 취업을 못한다. 누군가는 집이 없어서 결혼을 못 한다. 누군가는 돈이 없어서 아기를 못 낳는다.

☞어찌 보면 이 모든 게 일련의 관문이다. 취업을 해야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해야 아기를 낳는다. 첫 미션부터 막히니 진행되는 게 없다. 어찌어찌 결혼까지 갔다 해도 출산은 어렵다. 아기를 예뻐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애'를 키우려면 '돈'이 든다. 무지막지하게 든다. 집 사는데 지친 청년들은 엄두가 안 난다. 이미 대출금이 쌓여있다. 거기에 학자금 대출까지 남아있으면 더 끔찍하다. 그걸 갚기도 빠듯하다. 아기를 낳을 여력 따윈 없다. 자식에게 이런 어둠을 대물림하기 싫은 마음도 크다. 딩크족은 자꾸 늘어난다. 빛없는 이 사회는 빚만 보인다.

☞아이를 1명도 안 낳는다. 3분기 출산율이 또 역대 최저를 찍었다. 작년보다 1만 4241명(1~9월)이 줄었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0.84명이다. 이대로 가다간 3년째 1.0명을 못 넘는다. 반면 사망자는 791명 늘었다. 출산율은 낮아지고 사망률은 높아진 셈이다. 인구가 자연감소하고 있다.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정책이 못 따라간다. 아기를 낳아도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이 안 든다. 끽해야 아동수당이 전부다. 그래봤자 한 달에 10만 원이다. 그나마 정부가 해준다고 느끼는 건 무상보육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면서 수백조 원을 썼다. 작년만 해도 40조 원을 썼다. 그런데 체감이 되지 않는다. 엉뚱한 곳에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책이 제대로 서지 않는다면 저출산을 막을 순 없다. 낳아보니 더 알겠다. 낳아보니 더 못낳겠다. 둘째는 꿈도 못 꾼다. 아들이 외로워 보이지만 모험할 자신이 없다. 정부는 오늘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 공청회' 연다고 밝혔다. 여기서 내년부터 5년간의 큰 틀을 마련한다. 제발 이번엔 제대로 된 정책 좀 나왔으면 좋겠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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