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맑고 풍요로운 가을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미당 서정주 선생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가 생각난다. 이 시는 2017년 한국현대시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KBS 1TV에서 대국민 설문조사를 했을 때, 특히 한국의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 부문 4위에 오를 만큼 애송된다. 그 만큼 국화는 우리네 삶에 있어서 친근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국화는 다른 꽃과 달리 기온이 낮은 가을에 피는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와 중국의 선인들은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지키는 군자의 상징으로 귀하게 여겨왔다.

2019년 12월 26일 충남도청에서 ‘충남도 상징물’ 선포식이 개최됐다. 그 동안 충청남도의 상징물로 능수버들(도목)과 국화, 원앙(도조) 등을 사용해왔는데, 지정시기와 배경 등이 명확하지 않아 민선 7기에 들어서 새롭게 상징물 선정을 추진했다. 도민들의 온·오프라인 설문조사와 상징물 개선 선정위원회를 통해 도목으로 소나무, 도조는 참매를 새롭게 선정하고 道花(도화)로 국화를 다시 선정했다.

국화는 그윽한 향내음과 꾸밈새 없는 소박한 모습으로 강인한 생명력은 지조와 고고한 성품을 자랑으로 여기는 충남인의 표상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도화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은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18일까지 연구원 산하 역사박물관에서 ‘충남의 선비정신, 사군자로 꽃피다.’라는 주제로 국화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는 연구원과 충청도농업기술원, 충남도관상국화연합연구회가 협력해 기획했다. 농업기술원은 국화재배 기술교육과 자문, 관상국화연합연구회는 회원들이 정성껏 만든 분재국, 조형국, 화단국 등의 빼어난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공주시 추계보건소에서 어르신들의 심리치료를 목적으로 1년동안 키운 국화작품도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충남의 기질과 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는 국화는 깊어가는 가을의 가운데에서 충남역사박물관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은은한 향기와 포근한 자태로 코로나19로 지친 도민들에게 마음의 힐링을 선사했다.

충남 홍성 출신으로 충절의 대명사인 성삼문 선생도 국화 사랑이 남달랐다. 선생은 국화를 아끼는 이유 중 하나가 ‘먼저 피우려 숱한 꽃과 경쟁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했다. 이에, 국화를 통해서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도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불편하지만,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고 서로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요즘을 사는 우리들에게 국화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아쉽게도 홍보에 많은 제약이 따랐던 것이 사실이지만, 내년 가을에는 코로나 없는 세상에서 마음껏 국화 내음을 만끽하고 국화에 담긴 정신을 널리 알릴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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