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우리나라 가계 빚이 1682조1000억 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9월까지 불과 3개월 사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22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유례가 없는 증가폭 이라고 한다. 3분기 가계신용은 2분기 말(1637조3000억 원)보다 44조9000억 원(2.7%) 늘었다. 가계신용은 대출금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을 더한 포괄적 가계 빚을 의미한다. 금융부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890조4000억 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3분기에만 17조4000억 원이 늘었다. 2분기 증가폭 14조8000억 원보다 많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한다는 '영끌 대출'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영끌 대출의 기저에 집값 폭등이 자리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에 젊은 세대들이 빚을 내 집을 사고 있다. 더 기다리다가는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다는 불안심리가 깔려있다.

집값이 오르면 전세가격도 뛰게 돼 있다. 1~2억씩 전세금이 오른 곳도 있다고 한다. 갑자기 큰돈을 염출해야하는 서민들은 금융기관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낳은 단면이다.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도 마찬가지다. 여윳돈이 있으면 주식에 넣는다는 투자의 기본이론은 오간데 없고, 너도나도 투자열풍이다. 젊은 층들이 위험을 무릎 쓰고 주식투자에 열중이다. 자칫 주가가 급락하기라도 한다면 그 감당을 어떻게 할 건가.

코로나19사태로 차주들의 채무 상환능력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대출금을 제때 갚기란 쉽지 않을 거다. 금융당국은 시장의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는 등 대출부실에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코로나19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게는 금융문턱을 낮추되, 빚투와 같은 비정상적 대출은 조여야 한다. 무엇보다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줄이려면 부동산시장이 안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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