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미국의 대통령선거 방식과 선거인단에 대해 언급했고 대선 결과가 우리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하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희망에 다가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은듯하다. 출구조사가 발표되고 그날 밤 자정을 넘기기도 전에 당선자가 결정되는 한국에 비하면 미국의 결과발표는 느려도 너무 느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고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를 지연시키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통해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한 데 어우르는 미국은 언제나 찬성과 반대, 다수와 소수의 입장들이 있었지만 모두의 발전을 위해 의견을 잘 조율하고 반대의견을 인정하면서 상대방을 설득시켜 왔다. 하지만 요즘 미국 정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희한한 광경에 대해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탄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첫사랑, 첫출근, 첫시합 등 우리 인생에서 '처음'은 실수와 혼란스러움, 준비되지 않은 미숙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의 순간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때로는 뼈아픈 교훈으로, 때로는 풋풋한 추억으로 남아 우리의 익숙한 일상 한편에 자리를 잡는다. 지금 미국 정가에서 벌어지는 낯선 모습들도 곧 이성에 의해 극복되고 정상화되리라 믿는다.

이달에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도 몇몇 행사가 처음으로 진행됐다. 가을축제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대학문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축제는 학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커다란 위로가 된다. 그러나 올해는 온라인으로 가요제가 치러졌으며 스포츠까지 축구시합이나 줄다리기가 아닌 e-스포츠로 진행됐다. 우리대학의 또 다른 전통인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의 컬처데이 행사 역시 온라인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비율이 높은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은 유학생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자는 취지에서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전통 의상을 차려 입고, 각국의 가정 요리를 만들어 즐기며, 전통 춤과 노래를 감상하는 행사이다. 2008년 처음 시작한 이후 매년 개최해오고 있으며 작년에는 1200석의 공연장을 가득 메운 방청객의 호응 속에 치러졌다. 올해는 11월 27일에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행사를 위해 학생들은 다양성을 기념하는 내용의 소개 영상을 준비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처음’이지만 매우 성공적인 행사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학생들은 '최초'의 경험에서 얻는 교훈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처음’을 접하고 수많은 ‘최초’를 경험한다. 누군가는 그 순간을 회피하려고만 하고 누군가는 담담하게 맞이할 것이며 또 누군가는 신나는 모험으로 생각할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최초’를 경험할 때마다 얻게 되는 교훈을 잘 쌓아둔다면 우리는 매우 슬기롭게 더욱 풍요로운 인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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