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

경기도에서 초등교사로 일하는 후배의 글을 읽었다. 후배는 박물관 교육 또는 문화재 교육에 일가견을 가지고 있다.

후배는 전학 온 아이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친구가 전학을 왔어. 많은 것이 낯설 테니 친하게 지내고 이것저것 잘 알려줘"라고 말한 뒤 교사가 교실을 나가면 그 교실의 아이들이 갑자기 친해질 것이냐고 묻는다. 아이들이 서로 친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함께 하는 여러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문화유산과 아이들이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먼저 박물관 체험학습 현장의 모습을 살핀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이 반가사유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비교할 수 없는 정말 귀한 보물이란다. 너무나 아름답지 않니?"라고 말한다. 그러면 과연 아이들은 단박에 그 문화유산을 보고 아름답다고 감탄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대부분 교사는 학습지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굳이 문화유산 앞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국보 몇 호니, 어느 시대 문화유산이니 정보 전달에만 열심이다. 그리고 문화유산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아주 잠깐 그 앞에 들른다.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아이들과 문화유산을 더욱더 멀게 만들 뿐이다.

후배는 문화유산 교육의 핵심은 '문화유산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다른 말로 '문화유산과 친해지기'라고 표현한다. 그러면 어떻게 문화유산과 친해지게 만들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한 가지 방법으로 '감각을 통한 체험'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자세한 관찰'과 '따라 해보기'라는 방법을 제안한다. 자세한 관찰은 질문을 통해 시각을 확장하기다. '불상이 꼬고 있는 다리는 오른발과 왼발 중 어떤 것일까, 뺨 쪽에 다가가 있는 손가락은 닿아 있을까, 떨어져 있을까 등이다. '따라 해보기'는 관찰한 내용을 모두 집약하여 똑같은 자세-발의 위치와 손의 모양, 약간 고개를 숙인 모습, 알 듯 모를 뜻한 미소까지를 만들어 친구들과 사진을 찍어본다. 이런 활동 속에서 문화유산에 친숙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활동 뒤 옛날이야기 들려주듯 미륵보살 이야기를 펼친다. "이 불상의 이름은 미륵보살이란다. 미륵보살이 세상에 내려오면 모든 사람의 고통이 없는 세상이 온대…"

문화재교육에서 '뭣이 중헌디?'하고 묻는다면, 후배는 이렇게 답하리라. 지식과 이해 교육에 앞서 구체적 체험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문화재와 정서적 관계를 맺는 활동이 중요하다. 이는 전문성 있는 교육학자의 통찰과 다르지 않다. 학자들은 하나같이 구체적 경험이 풍부할수록 추상적 개념과 논리 학습을 잘한다고 역설한다.

최근 특정 대학 입시 실적을 두고 말들이 많다. 콕 찍어 명문대학을 가는 것이 중할까, 원하는 계열이나 학과에 입학하는 것이 중할까, 진로의 성취라는 면에서 답은 자명하다.

물론 명문대학이라든지 성적이라든지 하는 것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더 근본적인 것, 더 중요한 것을 먼저 살피자는 말이다. 건강한 성장, 즐거운 배움, 꿈의 성취, 행복한 삶의 영위 등등 참으로 소중한 교육적 가치들이 있다.

학습 코칭 이론에서는 학습 성과를 높이려면 학습 양식이나 전략을 바꿔야 하며, 학습 양식과 전략보다 기초가 되는 학습 정서와 학습 동기를 올바르게 형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꽃과 열매가 눈을 현혹한다고 해서 가지와 줄기, 나아가서는 뿌리의 소중함을 잊으면 안 된다. 무엇이 중하냐는 질문을 늘 화두처럼 지니고 다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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