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베리코 돼지고기로 만드는 '하몽' 판매점.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 사진=이규식

공중파나 케이블 TV를 막론하고 여전히 대중의 관심을 끄는 맛집 소개 프로그램, SNS에 넘치는 음식관련 포스팅 그리고 조금만 소문이 나면 때를 가리지 않고 식당입구에 늘어서는 대기행렬 등은 우리가 오래 식탐사회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맛집 음식이 다른 업소에 비하여 월등할까. 블라인드 테스트로 판별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연일 줄을 서는 식당의 음식 맛이 나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보이기는 한다. 고객이 몰려드니 우선 식자재 소비가 원활하여 신선한 재료를 확보할 것이고 명성에 힘입어 업소 측에서도 맛과 품질 관리에 신경을 쓸 것이다. 무엇보다도 양념을 비롯한 여러 재료의 정확한 배합 비율에 나름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삶이 팍팍해지고 별다른 즐거운 소식이 들리지 않을 때 음식은 위로가 된다. 음식 열기에 힘입어 유행을 타는 특정 품목에 대한 쏠림, 과열 현상은 국내산을 넘어 수입식료품으로 확산된다. 푸아그라, 캐비어, 송로버섯과 함께 누가 붙였는지 세계 4대 진미라는 수식어를 앞세우는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중국산을 비롯한 외국산 식자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큰 관심 속에 소비가 이어졌다. 스페인 명물 육가공품 '하몽' 생산에 사용되는 이베리코 돼지고기 선호는 최근 스페인 현지 일부 사육장의 열악한 환경이 알려지면서 주춤할 듯하다. 유럽 돼지고기 중요생산국 스페인이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에서 따온 이름이 주는 이국 취향과 3개월 이상 방목하여 도토리를 먹여 키운 돼지라는 이미지로 머나먼 나라에서 수입된다는 취약점을 상충해 오던 중 이번 보도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동물친화, 친환경 선진 양돈사업으로 크게 홍보해 온 이베리코 돼지고기였던 만큼 참담한 사육환경 폭로는 축산업계를 넘어 국가 이미지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번 기회에 오래 잊고 있었던 단어 하나, '신토불이(身土不二)'를 떠올린다. 몸과 땅은 하나라는데 먹을거리 만큼은 우리나라, 우리 풍토와 기후에서 자라 신선하게 공급되는 국산 식재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새롭게 확인하였으면 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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