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가 해마다 크게 늘면서 아동인권이 위기다. 어린시절 학대 경험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 지난 6월 충남 천안에서 동거남 아들을 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사건은 많은 사람을 분노케 했다. 가방에 갇혀 죽음에 이를 정도의 폭행을 당한 아홉 살 아이의 공포감이 어떠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툭하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심각한 아동학대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책이 절실하다.

출산율 저하로 아동 수가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면 아동학대 증가가 심각한 지경이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대전지역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6년 885건에서 2017년 949건, 2018년 1194건으로 늘었다. 충남지역도 2016년 1328건에서 2018년 2046건으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복지부 자료를 보더라도 전국적으로 2015년 1만9214건에서 2016년 2만9674건, 2017년 3만4169건, 2018년 3만6417건, 2019년 4만1389건으로 5년 새 무려 2배 이상 폭증했다.

아동학대 가해자 열 명 중 일곱 명이 부모라는 점은 충격적이다. 내 자녀이기 때문에 훈계라는 명분으로 학대를 자행해도 괜찮다는 왜곡된 훈육관이 문제다. 어떤 이유로도 가정 내 학대가 합리화될 수 없다.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부모로부터의 폭력은 인격을 유린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어린시절 학대 경험은 신체와 정신을 파괴하고 대물림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어린이집 아동학대도 위험수위다. 원내 CCTV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오히려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세균 국무총리는 어제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지속 재발하는 아동학대에 가슴이 아프다며 아동학대 방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특정사건 발생때 마다 나오는 정부 개선책은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아동학대가 근절될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한 사회보호망이 구축돼야 한다. 아동인권은 우리사회 모두가 지키고 보듬어야 할 책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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