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화랑 ‘2020 청년작가 기수전’
23…28일 6일간 개최… 신예작가 참여
학생들의 밝은 미래 담은 비눗방울
일상에 지친날 위로를 주는 오아시스
반복되는 행의와 의미… 그리고 옥상
위로·치유·행복을 전하는 고슴도치
각자의 색깔로 작품에 ‘오늘’ 풀어내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대전 최초이자 최고(最古)의 오원화랑이 '2020 청년작가 기수전'의 막을 연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한 청년작가 기수전은 20·30 신예작가 41명이 참여해 각자의 꿈과 재능을 펼친다. 작가들은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흰 도화지 위에 알록달록한 색깔로 오늘을 풀어냈다. 전시는 오는 23~28일 6일간 열린다.

▲ 이용제-bubbles(Memories of hope)-hope(2018). 본인 제공
▲ 이용제-bubbles(Memories of hope)-hope(2018). 본인 제공

이용제 작가 ‘bubbles(Memories of hope)-hope’ 2018

2017년 대전예술고등학교 드로잉 수업 중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비눗방울을 불면서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었다. 평소에는 학교생활에 지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때만큼은 해맑고 순진무구한 표정들이었다. 비눗방울 그림을 그린다는 걸 알고 있는 학생들이 제게 사진을 찍어 보내줬다. 이때의 기억들을 언젠가 캔버스에 담고 싶었는데 1년 뒤에 작품을 진행하게 됐다. 앞으로 학교 담장을 넘어 대학생이 되고 사회의 한 일원이 될 그 친구들의 인생이 맑고 눈부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그림을 그렸다. 찰나의 시간성을 내포하고 있는 비눗방울은 겉에 표현된 형상과 함께 시공간 사이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내적심리 변화와 외적 반응으로 인한 변화가 표현된 상징적 매개체라 할 수 있다. 이런 은유적 표현으로 기억의 형상을 되살리며 과거의 감정들은 그 안에서 오묘한 풍경들을 만들어낸다.

▲ 이미소 '우연히 내게 준 가득함' (2020).  본인 제공
▲ 이미소 '우연히 내게 준 가득함' (2020). 본인 제공

이미소 작가 ‘우연히 내게 준 가득함’ 2020

가고싶은 곳, 쉬고싶은 곳, 좋았던 곳, 기억에 남는곳 등을 그리면서 일상에 지쳤던 나 자신을 위로하기도 하고 관람객들께도 우리 일상속에서 당연하듯 자리 잡고있는 평범한 존재들이 누군가에게는 위로되는 순간들이라고 이야기를 하고싶었다. 어떻게 보면 회화작업은 평면이기 때문에 굉장히 작다고 생각한다. 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니고 멈춰있는 한 공간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작은 캔버스 안에서의 작은 울림이 큰 위로가 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려왔고 그런 그림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연히 지나가는 일상속에서 감정을 느끼는 순간을 오아시스라고 생각한다. 감정은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통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기분을 뜻한다. 사진과 시간 속에 담겨있는 우리의 모습들은 모두 감정과 함께 담겨있다. 그 당시 느꼈던 감정들로 인해 추억과 기억이 돼 위로를 받듯이, 지나가던 찰나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오아시스라고 생각한다.

▲ 이덕영 '해소의 옥상' (2020).  본인 제공
▲ 이덕영 '해소의 옥상' (2020). 본인 제공

이덕영 작가 ‘해소의 옥상’ 2020

반복되는 행위는 자체의 의미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무차별한 반복은 자체의 의미를 희미하게 만든다. 새로 지어진 건축물엔 무수한 정보와 의미가 깃든다. 하지만 이 건물의 자체목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얼마가지 못해 새로운 의미의 간판이 붙기 시작하고 주인이 바뀌기도 하고 한동안 거리에 방치되기도 하다가 결국엔 재시공을 하는 때까지 오기도 한다. 이러한 건축물의 형태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찾지 않아도,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지 근처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건물하나를 건너면 공사 중인 팻말이 세워져있고 재건축중인 공사현장이 보인다. 무수한 현장의 모습들을 지켜보다보면 우린 마치 공사현장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기분까지 든다. 무수한 의미가 빠져나가 버린 건축물은 결국 외관만 남은 껍데기가 돼버린다. 겉모습만 멀쩡한 채, 건축물의 내부는 옥상의 굴뚝을 통해 마치 연기처럼 뿜어져 날아가 버린다.

▲ 홍민경 'happiness' (2020).  본인 제공
▲ 홍민경 'happiness' (2020). 본인 제공

홍민경 작가 ‘happiness’ 2020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유유자적 휴식을 즐기고 있는 귀여운 고슴도치의 모습을 의인화해 표현한 작품으로 작가의 소망과 상상을 더한 한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위로와 치유, 행복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주로 밝은 색채를 사용해 생동감 있게 표현함으로써 번아웃 상태에 빠진 현대인들이 깊은 우울감에서 벗어나 그림 속 긍정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다육식물과 뾰족한 가시를 가진 선인장, 고슴도치를 소재로 가시의 유사성과 이중성을 표현하고 있다. 고통과 척박함 속에서 피어난 선인장의 꽃은 한 줄기 빛으로 화려한 열정과 희망을 의미하는 긍정의 기운을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가시 사이에서도 꽃을 피우는 강인한 생명력과 의지를 가진 선인장을 통해 본인에게도 언젠가 꿈과 열정이 담긴 꽃이 활짝 피기를 소망해본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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