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대전 대덕구청장

도시화에는 구심력이 작용한다.

자본과 인재, 인프라의 결집은 또 다른 자본과 인재, 인프라를 불러 모으기 마련이다.

오랜 시간 이 구심력을 제어하지 못해 수도권은 지금처럼 비대해졌다. 지난해 말 수도권 인구는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점점 ‘사막화’ 되는 지방은 생존을 위해 정부사업과 공공기관·사회간접자본 유치를 두고 매번 전쟁을 벌였다.

시장 논리로는 서울의 벽을 해체할 수 없어 세종시가 탄생했다.

하지만 세종시 출범 후 경계를 마주한 대전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충청권이 한목소리로 염원했던 세종시였으나, 인근도시의 기업과 인구가 흡수되면서 세종시엔 ‘블랙홀’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2015년부터 대전 인구 1~2만명이 매년 세종으로 이주했고, 기업 이전도 가속이 붙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시 이전 추진은 그래서 더욱 뼈아프다.

중기부는 중소기업청이었던 1998년 과천에서 대전으로 옮긴 뒤 20년 이상 이곳에 뿌리를 내렸다. 중기부 이전은 본부(本部) 뿐 아니라 산하기관·중소·벤처기업의 ‘탈(脫)대전’과 궤를 같이 한다.

대전에는 대덕연구개발특구와 많은 대학들이 입지해 있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도 많다.

지역경제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부부처 이전’이라는 대명제를 거스를 만큼 이전 논거가 설득력 있는 것도 아니다.

중기부는 부처 간 긴밀한 협력을 이전 당위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대전에서 세종은 30~40분이면 족히 닿을 수 있다.

사무공간 부족도 이전하려는 이유 중에 하나다. 대전시는 정부대전청사 유휴부지에 신청사를 건립하겠다는 대안 등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중기부가 세종 이전을 강행한다면 비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러시’를 정당화하는 선례가 될 것이다.

‘서울공화국’의 비판에서 태동한 세종시가 또 다른 불균형과 지역갈등의 아이콘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지역색과 생활권을 공유하는 일부 지자체들은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메가시티’에 모두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이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수도권 과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제시됐다.

수도권과의 사회문화적 격차를 넘어, 이제 지역은 몸집을 키우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충청권 지자체들도 오래전부터 다양한 협력 사업을 논의·추진해왔다.

충청권 시민들이 세종시의 출범과 발전을 한목소리로 지지해왔고, 중기부 이전을 반대하는 것 또한 지역이 함께 잘 살자는 이유에서다.

지역의 상생·협력을 도모하기에도 부족할 판에 중앙정부가 갈등 상황을 자초한 상황이 유감스럽다.

균형 발전을 외면하는 움직임에 타협은 없다. 중기부는 분노하는 대전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세종 이전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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