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때보다 국가간 인구이동 늘어… 많은 2차감염도 문제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응급의학과 정동길 교수
과거 사스, 약 8개월 만에 자취 감췄지만
코로나 10개월 넘어도 잦아들 기미 없어
경제 발전 영향 국가간 이동인구 많아져
한곳서 발생했지만 더 빠르고 넓게 퍼져
코로나, 한명의 감염자가 8명 감염유발
점액 친화성 높아 기도 점막에 남게돼
인내심 갖고 방역수칙 잘 지켜 견딘다면
마스크 안쓰는 속시원한 세상 다가올 것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질환이 시작됐다. WHO에서는 이 바이러스성 질환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Corona Virus Disease)-19)’로 명명했다. 현재까지도 전 세계인이 이 바이러스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사스(SARS), 8개월 만에 안정기 돌입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2년 붉은 악마들의 함성이 전국을 뒤덮었던 그해 말, ‘사스’라고 불리는 바이러스성 질환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사스’의 영어 표기는 ‘SARS’로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약자이다. 당시의 질환을 일으킨 병원체 이름이 ‘SARS-CoV’이고 이번 ‘코로나 19’를 일으킨 바이러스의 이름이 ‘SARS-CoV-2’이다.

이름이 비슷한 것을 보면 바이러스의 종류 또한 비슷할 것이라 유추해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2000년대 이후 여러 변이형 코로나가 보고됐고 HCoV NL63 (2004년), HKU1 (2005년), MERS-CoV (2012년)가 있었다.

그중 ‘사스’는 2002년 11월 중국 광동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해 홍콩, 싱가포르, 캐나다 등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당시 WHO 보고에 의하면 총 29개국에서 8096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774명이 사망했다. 사망자가 전체 환자의 9.6%에 달하는 치명적인 질환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국민 중에도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환자가 보고된 것은 미국에서 2003년 7월 13일이었다. 약 8개월 만에 바이러스가 자취를 감추었다.

‘코로나 19’의 경우 이미 10개월 이상 경과했지만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누적 확진자는 약 4250만 명에 이르고 그중 사망자는 약 110만 명으로 사망률이 2.7% 가량으로 나타났다. (WHO, 10월 25일 기준).

국내 확진자는 총 2만 5955명에 사망자는 총 457명으로 사망률은 1.8% 정도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K-방역’이라 불리우는 뛰어난 방역 전략으로 확산세를 늦추고 사망률도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소규모 산발적 집단 감염이 계속되면서 좀처럼 안정기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19’, 장기화되는 이유 3가지

여기서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사스’ 때와는 달리 이렇게 오랜 기간 전 세계 인구를 괴롭히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3가지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전 세계적 인구이동 증가

첫째, 점차 경제가 발전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국가 간 이동 인구가 많아졌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관광공사에서 공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2년 내국인 출국 총숫자는 712만 명 정도였고 2019년에는 2871만 명으로 증가했다. 무려 4배 가까이 증가한 숫자다.

2019년 기준 총인구가 약 5170만 명임을 감안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타 국가로 출국하는지 알 수 있다. (단, 한국관광공사의 통계자료는 출국 횟수이지 출국을 경험한 인구 숫자는 아니다. 한 명이 여러 번 출국한 것도 포함된다) 내국인이 해외 출국 후 귀국하고 외국인의 입국도 증가하면서 해외에서 유행하는 전염병의 유입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한 곳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18년 전에 비해 더 빠르고 넓게 퍼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② ‘사스’ VS ‘코로나 19’ 사망률, 774명 : 1,100,000명

둘째로 ‘사스’와 ‘코로나 19’의 사망률 차이이다. 앞서 언급하였듯 ‘사스’의 경우 사망률이 9.6%였고, ‘코로나 19’의 경우 2.7% 가량이었다.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바이러스가 사람을 숙주로 삼고, 그 숙주를 매개로 다른 숙주에게 전파되려면 숙주가 오랜 기간 생존하는 것이 유리하다. 생존 기간이 길수록 다른 숙주에 전파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사망률이 더 낮은 ‘코로나 19’가 더 많은 전파가 가능하다. 이 대목에서 ‘그럼 코로나 사망률이 더 낮으니까 덜 위험하다는 뜻인가?’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사망률의 단위는 ‘%(퍼센트)’이다. 사망자 숫자로 보면 774명과 110만 명이다. 이 숫자만 봐도 ‘코로나 19’가 더 큰 문제임을 알 수 있다.

③ 한 명의 감염자가 8명에게 2차 감염 유발

마지막으로 ‘기초감염재생산수(Basic reproductive ratio)’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언론에서 감염병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R 값(정확히는 ‘R0(알제로)’이다. R0 값은 감염자가 없는 집단에 처음으로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첫 감염자가 평균적으로 감염시킬 수 있는 2차 감염자의 수를 나타낸다.

R0가 클수록 한 명의 감염자가 여러 사람에게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사스’의 경우 이 R0 값이 2~5로 알려졌었다. 이번 코로나 19의 경우는 아직까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지금까지 3~5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의 한 대형 교도소에서 겪은 집단감염 상황을 통해 R0 값을 구한 연구에 의하면 8.44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다. 즉, 한 명의 감염자가 약 8명에게 2차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론적으로 1명이 8명이 되고 64명, 512명, 4096명… 같이 폭발적 증가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이 기초감염재생산수는 바이러스의 점액 친화성과 관련이 있다. 흔히 ‘가래’라고 부르는 호흡기 분비물은 기도를 통해 들어온 이물질 및 세균, 바이러스를 기도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구강으로 들어온 바이러스의 경우 점액 친화성이 낮으면 음식물과 함께 식도로 씻겨 내려가 위산에 의해 사멸한다.

하지만 코로나 19와 같이 점액 친화성이 높은 경우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 바이러스가 분비물에 섞여 배출되지 않고 기도 점막에 남아 있어 병을 일으키고 전파할 수 있는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방역 수칙 준수 필요

지금까지 ‘코로나 19’가 왜 종식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지에 관해 다뤄 보았다. 이외에도 다른 사회적, 지역적 여러 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 사망률 2.7%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확률에 불과하다. 운이 좋아 2.7% 안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나를 통해 전염된 누군가는 저 2.7%에 포함될 수 있다.

전염된 누군가는 생판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가족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나와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위해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나 하나만이라도’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견디어 낸다면, 곧 마스크 없는 속 시원한 세상이 다가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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