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경 신용보증기금 대전신용보험센터장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위기감이 세상을 지배한 2020년도 어느덧 연말을 향해 가고 있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지만 1년 전의 시선으로 보았다면 너무나도 낯설었을 풍경이 세상을 뒤덮고 있다.

풍경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사장님들의 경영마인드도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전후로 많이 달라지고 있다.

가뜩이나 취약한 경영환경이 본인들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으로 얼마나 크게 흔들릴 수 있는지 뼈저리게 체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거래처와 외상대금 관리에 있어 막연한 소문과 경험에 기댄 관리방식에서 벗어나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신용보증기금은 1997년부터 중소기업 연쇄도산 방지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위탁을 받아 매출채권보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매출채권보험이란 중소기업이 물품·용역을 제공하고 외상대금을 떼이는 경우 손해의 일부를 보상하는 제도다. 요즘같은 위기의 시기에 중소기업을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는 경영안전망이자 사회안전망인 셈이다.

지난해까지는 “내 거래처는 내가 제일 잘 안다”, “보험료가 아깝다”고 말하는 기업인들이 많았지만, 코로나 이후 “오랜 거래처라 믿었는데 역시 사람이 아니라 돈이 거짓말하는 것이다”, “보험료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 편히 사업하는 것이 우선이다”, “진작 가입했으면 걱정없이 거래처와 매출을 많이 늘릴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는 반응이 크게 늘었다.

‘보험료는 낭비되는 돈’이라는 생각이 ‘안정적인 사업운영과 거래처 확대를 위해 아깝지 않은 비용’이라는 인식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급한 자금난 해소를 위한 정책자금대출도 필요하지만 이는 언젠가 상환해야하는 빚이라는 부담으로 남는다.

반면 매출채권보험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해에 대한 보장을 지원받는다는 점에서 대출과는 명확히 차별화된 장점이 있다.

또 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외상대금을 떼여도 보험금을 받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고 거래처까지 연쇄도산 위기에서 벗어나는 간접효과도 상당하다.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거래처와 매출채권관리에 대한 중소기업의 인식이 변화하는 점은 매우 다행인 일이다.

더욱 반가운 일은 우리 지역의 지자체가 적극 나서 중소기업의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충남도는 지난해 5월, 전국 최초로 보험료 지원을 위한 예산을 편성, 중소기업이 부담할 보험료의 60%를 지원해 도내 중소기업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또 충남도의 사례를 본받아 다른 지자체도 하나둘씩 보험료 지원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 시대에 중소기업 인식전환과 맞물려 전국적 지역경제 안정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운전실력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해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다.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이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연쇄도산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중소기업이 매출채권보험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위기감이 높아진 지금, 더욱 많은 기업이 이 제도를 활용해 안정된 경영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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