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폐업 증가로 제품 매각 늘었지만
온라인 시장에 수요 쏠림 현상
디지털 소외 고령 업주들 ‘한숨’

▲ 16일 오전 11시경 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중고제품 판매업체 앞에 냉장고, 싱크대, 전열기구 등이 즐비하다.  사진=전민영 기자
▲ 16일 오전 11시경 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중고제품 판매업체 앞에 냉장고, 싱크대, 전열기구 등이 즐비하다. 사진=전민영 기자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손님이 있어야 팔든가 말든가 하죠. 오늘도 매장 문 열고 TV만 보고 있잖아요. 수입은 그냥 바닥이에요. 바닥.”

16일 오전 11시경 중구 은행동 일원에서 중고 냉장고, 전열기구 등은 판매하는 A(72) 씨는 급감한 매출이 1년째 회복되지 않고 바닥을 치니 이젠 하루하루 숨이 막힌다고 토로했다.

매장엔 적막감이 흘렀고 이날 오전 수입은 0원이었다.

이번주 A 씨의 수입은 7만원짜리 전열기구 하나가 전부다.

지난달 매출 또한 지난해 대비 80% 이상 감소했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A 씨는 “지난해 100만원에 팔던 업소용 냉장고를 80만원에 내놔도 찾는 사람이 없다”며 “요즘엔 새제품도 세일, 묶음 판매, 환급금 지급 등 판매에 혈안이 돼 있으니 중고 매장은 더욱 설 곳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여파로 매출이 급감한 중고제품 업체들의 매출이 1년 가까이 하락세를 이어간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중고거래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대부분 고령인 중고매장의 업주들은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하고 경제난을 겪는 상황이다.

이날 대전천을 따라 위치한 중고매장들은 모두 매장앞에 업소용 냉장고, 싱크대, 가스레인지, 테이블, 의자 등을 줄지어 내놓은 상태였다.

올해 초 코로나로 폐업이 증가하면서 업소용 가전, 가구 매입은 증가했는데 팔리지 않고 쌓여만 가는 탓이다.

한국외식업협회 대전시지회가 지난 9월까지 집계한 올해 누적 외식업 폐업 수는 총 984건이다.

지난해 대비 소폭 증가한 수치로 경기불황 탓에 식당 개업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인근에서 중고가전매장을 운영하는 B(76) 씨 또한 지난해 대비 매출이 1/3 수준으로 줄었다.

B 씨는 “전자제품은 3개월 이상 가동을 하지 않으면 누수가 돼 폐기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이 정해져 있다”며 “오늘도 폐업하는 카페에서 제빙기 등 제품들을 매각하겠다는 전화가 왔지만 이미 관련 제품이 쌓여 있어 매입을 거절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해만 해도 일 평균 7~8건씩 매출이 있었는데 올해는 손님자체가 없는 날도 태반이다.

현재 중고매장 업주들은 죽어가는 오프라인 시장의 대체안이 온라인 매장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시장 변화에 발맞추진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달 성인남녀 11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고거래 경험자 중 대다수인 93.3%가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앱)을 이용했다’고 답한 바 있다.

다만 중고매장 업주 대부분이 고령인 탓에 온라인 매장 운영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만난 5개 업체의 업주들은 전부 온라인 매장 운영에 대해 ‘그런 것 할 줄 모른다’는 반응이었다.

B 씨는 “60세를 넘긴 노인네들은 지금 핸드폰 쓰기도 어려운데 온라인 마켓이 귀에 들어오겠냐”며 “자연스러운 시장의 변화이지만 코로나로 너무 급격하게 오프라인매장이 죽었고 그 속도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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