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현 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부 특임교수

중국의 고전 [장자]에 애태타라는 사람 이야기가 있다. 그는 매우 못생긴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자들이 애태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면 모두 그를 좋아했다. 여자들도 그와 만나면 ‘나는 다른 사람의 처가 되느니 차라리 애태타의 첩이 되겠다.’고 말했는데 이런 여자들이 수십 명이나 줄을 이었다. 애태타가 잘 생기지도 않고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아 후한 사람도 아닌데 왜 모두가 그를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며 노나라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물었다.

사실 애공은 애태타가 너무도 궁금해 이미 그를 궁전에 불러 함께 지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자신의 마음이 그에게 끌렸고, 일 년도 되지 않아 그가 없으면 단 하루도 못 살 것 같았으며 그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생겼다. 애공은 애태타가 너무나 좋아서 그에게 재상 자리를 제안했는데, 그는 아무 일도 아닌 듯 사양해 재상 자리를 놓고 공치사한 애공을 아주 부끄럽게 만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애태타가 사라졌는데 애공이 아무리 찾아도 없었고 그때부터 밥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세상사는 재미도 없어졌기에 공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던 것이다.

공자는 애공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제가 옛날에 초나라에 간 적이 있었는데 길거리에 죽은 어미 돼지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새끼돼지들은 어미가 죽은 줄도 모르고 어미젖을 쭉쭉 빨고 있다가, 잠시 멈칫하더니 그만 다른 곳으로 가 버렸습니다. 새끼돼지들이 좋아했던 것은 어미의 형체가 아니라 그 형체를 움직였던 어미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떠나고 형체만 남은 어미를 새끼들은 떠난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모두가 애태타를 좋아하는 것은 애태타의 겉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애태타의 마음이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애태타는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항상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는 사람, 즉 다른 사람과 동화된 사람이었기 때문에 모두의 사랑을 받았던 것입니다.’ 공자는 못생긴 애태타의 매력을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항상 다른 사람과 동화하려는 아름다운 마음씨로 본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오만해져 자신의 의견을 날카롭게 내세우곤 한다. ‘내가 신이 아닌 먼지와 같은 인간인데 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누구나 애태타처럼 모두가 같이 있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주장만 내세우기보다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남에게 가르치려고만 하기보다 상대방의 말에 끄떡여주고 호응해준다면, 애태타가 비단 [장자]에만 나오는 전설적인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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