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이 ETRI 지능형스몰셀연구실 연구원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동영상은 편하게 앉아서 느긋하게 즐겨야지 굳이 이동하면서 봐야 돼?

부끄럽지만 필자가 몇 년 전 가지고 있던 생각이다. 그 당시 무선 통신을 전공하던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코로나가 직격탄을 날렸지만 넷플릭스와 유튜브와 같은 ‘거대 공룡’ 동영상 플랫폼은 영화관 산업을 이미 잠식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4G 기술인 LTE로 저런 서비스가 다 되는데 5G가 왜 필요하냐고 묻는다.

아마도 사용자에게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서비스와는 달리 무선 통신 기술은 눈에 보이지도 와닿지도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특히 LTE에서 5G로 넘어가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5G는 두 가지 관점에서 빠르다. 하나는 전송속도가 빠르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응답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전송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고용량의 데이터, 이를테면 고화질 동영상이 짧은 시간 내에 전달되는 것을 의미한다.

응답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사용자의 요청에 네트워크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실시간 모바일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입력에 즉시 반응하고 움직이는 캐릭터, 그때의 지연 시간과 같은 개념이다.

수많은 5G의 기술 요소 중 이러한 ‘빠름’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은 크게 밀리미터파 사용과 빔포밍이 있다.

밀리미터파는 기존 4G 이동통신에서 사용하던 주파수에 비해 대역폭 확보에 있어 쉽다.

즉 LTE보다 더 많은 차선을 뚫음으로써 더 빠른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빔포밍은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기술이다.

무대 조명 중 스포트라이트를 생각하면 쉽다.

실험할 때, 5G 기지국이 넓게 뚫린 왕복 차선을 하나의 스마트폰을 향해 집중시키는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리면 내가 연구하는 기술이지만 놀랍고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5G를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도 존재한다. 밀리미터파는 파장과 전파 도달 거리가 매우 짧다.

또 벽과 같은 장애물을 통과하는 능력인 투과성도 낮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친근한 용어로 옮기면 ‘통신이 잘 끊긴다’라고 할 수 있다.

통신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밀리미터파를 도입했는데 통신이 잘 끊긴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학도는 언제나 그렇듯 가장 간단하고 단순한 방법을 추구한다. 바로 통신이 끊기는 모든 음영지역에 작은 기지국을 배치하는 것이다.

필자가 속한 연구실은 이 작지만 알찬 기지국, 스몰셀을 개발하는 부서다.

도심지에서 건물, 벽들로 가려져 전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지역 혹은 건물 내부와 같이 큰 기지국을 설치하기 어려운 공간에 스몰셀이 배치될 수 있다. 덩치가 작은 만큼 더 간결하고 저렴해야 하지만 동시에 빔포밍과 같은 필수 기능은 추가돼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마치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며칠 전 우리 연구실은 소형셀의 정상 동작을 시연하는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 행사를 비유하자면 8차선 도로 중 1차선 도로 개통식을 진행한 것이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밤낮없이 연구하는 동료, 선배님들을 봤을 때 머지않아 5G로 통하는 고속도로가 준공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가 개발한 스몰셀이 거대한 통신 네트워크 가장 끝에, 가장 어두운 곳에 설치돼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모습을 보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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