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활동한 항일 무장독립군이자 정치가
“금일 한일합방 국치일인데…” 국가 향한 고민 담겨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한국광복군 총사령으로 해방 후 귀국해 제헌의회 국회의원을 지낸 백산 지청천의 친필 일기<사진>가 독립기념관에 기증된다.

15일 독립기념관에 따르면 ‘지청천 일기’는 1957년 1월 지청천이 사망한 후 차녀인 지복영 여사가 보관해 왔다. 그러다 지 여사마저 2007년 사망하자 그녀의 아들인 이준식 독립기념관장이 소장하고 있다가 2018년 문화재로 등록, 이번에 기념관에 기증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지청천(1888~1957)은 1919년 중국으로 망명한 이래 해방 직후까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항일 무장독립군으로 활동한 정통 무장이다.

그는 1940년 충칭에서 창설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군인 한국광복군 총사령관으로 항일 투쟁을 이끌었다. 해방 후에도 바로 귀국하지 않고 중국에 남은 교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하다 1947년 4월 이승만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왔다.

‘지청천 일기’에는 1951년 5월~1956년 12월까지의 기록이 국한문 혼용으로 쓰여 있다. 근 6년에 이르는 기간 매년 1책씩 사용했고, 1954년과 1955년은 1책에 쓰여 있어 모두 5권이 전해진다. 크기는 18.3×12.3㎝로, 양장으로 제본됐다. 표지에 인쇄된 ‘자유일기’는 필자가 쓴 것이 아닌, 일기장을 만든 업체가 표기한 것이다.

지청천이 일기를 남긴 기간은 귀국 후 정치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여서 정치 활동에 대한 내용이 많지만 독립운동시기를 회고하던 내용도 부분적으로 포함됐다.

실제 1952년 8월 29일자 일기에서 그는 “금일은 한일합방의 국치일인데 조야 각계가 이날을 잊은 듯 관청은 물론 각 학교도 하등 기념 행사가 없으니 한민족은 건망증인지?”라는 대목이 들어있다.

이준식 관장은 “지청천 일기를 통해 해방 후 독립운동가 출신의 정치가가 겪었던 새로운 국가 건설의 고민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증식은 16일 오전 11시 독립기념관 겨레누리관 4층 제1회의실에서 열린다. 천안=이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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